대표적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대출에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금융 취약계층이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다. 중저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한 저축은행이 취약계층을 외면하면서 서민급전 수요는 카드·캐피털업계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다.
1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500점 이하의 최저신용자를 받아주는 저축은행은 전체 79곳 중 웰컴·우리금융·키움·세람저축은행 등 4곳에 불과하다. 2021년 11곳에서 지난해 7곳으로 매년 감소세다.
저축은행의 '대출 문턱 높이기'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17곳이 취급한 사잇돌2대출의 평균 금리는 14.99%로 지난 3월(14.67%)보다 0.32%포인트 상승했다.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은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은 최저신용자 차주에게 소극적으로 나선 영향이 크다. 일부 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저신용자의 '대출 컷오프'(Cut-off) 기준을 계속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3월 말 101조3777억원으로 지난해 1월(115조63억원) 이후 1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체율·고정여신이하비율 등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했고,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등 여러 조건 탓에 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며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예대마진 감소로 현실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고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 받기에 실패한 급전 수요는 높은 금리가 유지되고 있는 카드·캐피탈업계로 몰리는 추세다. 2022년(-1조3000억원)과 2023년(-9000억원) 감소세였던 카드·캐피탈업계 가계대출은 올해 상반기 9000억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마저도 실패한 이들은 '최후의 보루' 격인 대부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여기서도 신규대출을 중단·축소하면서 불법사금융에 손을 뻗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대부업·불법사금융 이용자 1317명을 상대로 올해 2월 벌인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해 거절 당한 이들의 비율은 74.1%로 집계됐다. 2022년(68.0%)과 비교하면 6.1%포인트 상승했다. 연구원은 지난해 개인신용평점 하위 10%를 대상으로 이동 규모를 추정한 결과, 4만8000∼8만3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린 것으로 추산했다. 2022년에 비해 최소 9000명, 최대 4만4000명 증가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영향 등으로 대부업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나 업체들이 저신용자들을 거부하고 있다"며 "20% 가까운 높은 고금리로라도 대출을 받고 싶은 저신용자들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불법사금융에 발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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