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둔 13일 오후(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격으로 귀에 피를 흘리면서 긴급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격 직후 엄지를 치켜올리며 의연한 모습으로 대처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지지율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공화당에선 벌써 지지층 결집·확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인해 공화당에서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욱더 결집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민주당 쪽에서는 악재로 적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경합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고, 최근에 있었던 첫 대선 TV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참패를 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특별한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트럼트 전 대통령이 재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피격을 당하고도 주먹을 불끈 쥐고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게 나이와 비교했을 때 굉장히 강한 울림이 있었을 것 같다"고 했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또한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지지율에 반등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 교수는 "모순적인 거지만 트럼프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고, 다행히 경상이었기 때문에 지지율 효과를 노려볼 수 있다"면서 "굳히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고 관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 성공한다면 북한 핵미사일 도발, 러·북 밀착 행보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더욱 고조된 상황인 만큼 우리나라가 한반도 안보 정책에 더욱 신경 쓰며 자체 '핵무장론'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반면, 이제는 군사·안보 외에 외교·경제 등 다양한 영역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 교수는 트럼프 재선에 대비해 "군사·안보 외에도 외교·경제 등 우리 준비 태세를 영역별, 분야별로 확장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타까운 부분은 주로 군사·안보 쪽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는 것인데, 방위비처럼 단기적인 현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유세장에서 외교 관련해서 많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에 대해서 "한·미 공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큰 흔들림이나 변동이 없을 거 같다"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오면 대 중국 견제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의 기능·역할이 대 중국 견제냐 아니면 순수하게 대북 억제냐에 대한 논쟁은 있을 것 같다"며 "우리는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미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바뀔 건지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고도화 되어가는데 미국의 확장억제 약화, 주한미군 감축, 연합 훈련 축소 등의 상태에서 우리는 미국만 바라보고 기댈 순 없다"며 "한국이 자체 무장 옵션까지 진지하게 고려를 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비개입주의 성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모든 '옵션을 다 고려하고 있다' 이렇게 나와야 한다"며 "그냥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돼도 한·미관계, 동맹에 변화가 없을 것처럼 얘기하는 건 굉장히 나이브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되면 제일 걱정이 캠프 데이비드 삼각 협력 부분"이라며 "우리나라 정치가 지금 쉽지 않은 상황이고,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 나름대로 그들과 다른 대비를 할 필요는 있을 거 같다"고 제언했다. 또한 "만약 방위비를 더 지불하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는 핵무장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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