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기업결합에 대해 국내 선박용 엔진 시장 경쟁 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한 뒤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기업결합 조건은 향후 3년간 선박용 엔진부품인 크랭크샤프트의 공급 거절 금지, 최소물량 보장, 가격 인상 제한, 납기 지연 금지 등 시정조치를 전제로 한다.
이번 기업결합은 조선업 전반의 수직계열화에 성공한 기업집단 HD현대가 선박용 엔진·엔진 부품 사업자인 STX중공업과 자회사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KMCS)를 인수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종류별로 경쟁 제한 가능성을 검토한 뒤 엔진 부품·선박용 엔진 간 수직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우려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기업 결합이 이뤄질 경우 결합회사가 경쟁 엔진사인 한화엔진·STX엔진에 핵심 부품인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아 엔진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결합 전에는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할 가능성이 적었다. 그러나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KMCS가 한화엔진에 크랭크샤프트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한화엔진이 KMCS로부터 크랭크샤프트를 받지 못해 엔진을 생산하지 못하면 HD현대중공업의 엔진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화엔진이 다른 회사에서 크랭크샤프트를 조달하기 쉽지 않은 상황도 고려됐다. 한화엔진의 주 공급처인 두산에너빌리티는 공장 가동률이 포화상태다. 중국산 크랭크샤프트는 품질, 운송비, 납기 안정성 측면에서 대체가 쉽지 않다.
공정위는 HD한국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의 기업결합이 이뤄질 경우 경쟁 엔진사에 크랭크샤프트 공급을 거절하거나 불리한 가격·납기로 공급해 엔진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기업집단 한화가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을 인수하면서 각각 조선업·엔진제조업을 수직계열화해 조선·선박용 엔진분야에서 HD현대중공업의 유력한 경쟁사업자로 등장했다는 점도 고려했다. 경쟁 구도에서 한화가 수직계열화를 하지 못한 크랭크샤프트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에 공정위는 3년 동안 경쟁 엔진사의 안정적인 크랭크샤프트 수급이 가능하도록 공급거절금지, 최소물량보장, 가격인상제한, 납기지연금지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필요할 경우 기간을 연장한다.
정희은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조선업의 경우 호황과 불황이 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시정명령 기간을 정했다"며 "기업결합을 진행하면 한화엔진이 가장 영향을 받게 된다. 한화엔진의 경우 크랭크샤프트를 내재화하려는 전략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기업결합심사는 '친환경 엔진 투자 등을 통한 전 세계 엔진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라는 결합회사의 목적은 유지하면서 경쟁 엔진사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조선업·관련 중간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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