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를 둘러싸고 음모론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좌파 진영에서는 암살 시도가 연출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우파 진영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 배후라고 주장한다. 적대감으로 가득 찬 미국 사회가 이번 피격 사건을 계기로 더욱 양극단으로 달리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BBC,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암살 시도와 관련한 근거 없는 추측이 좌파와 우파 양쪽 모두에서 터져 나왔다.
민주당 거액 기부자인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회장의 정치 고문인 드미트리 멜혼은 전날 밤 언론인들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 총격 사건은 트럼프가 사진을 찍고 역풍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유도됐거나 심지어 조작됐을 수 있다”며 “이는 고전적인 러시아 전술로, 푸틴이 1999년에 민간인 300명을 살해하고 이를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몰아가며 역풍을 이용해 권력을 쟁취했을 때와 같은 방식”이라고 썼다.
이 이메일이 논란이 되자 멜혼은 나중에 사과했다. 그러나 총격이 조작됐다는 음모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를 뒤덮었다. 특히 트럼프에 대한 암실시도가 보도된 지 몇 분 만에 X에서는 ‘연출된(staged)’이란 단어가 상위 키워드로 올라갔다.
총격 직후 찍힌 트럼프 사진과 관련해서도 조작설이 나온다. 트럼프는 총격 이후 손을 들어 올렸는데, 이와 관련해 “훌륭한 카메라 각도, 뛰어난 화질. 상처를 가리는 요원도 없고, 적당한 위치에 배치된 성조기”라는 X 게시물은 5만2000건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또한 “조작됐다고 생각되면, 리포스트하세요”라는 게시물은 약 4만8000건의 좋아요를 받았고, 120만번 넘게 조회됐다.
이는 민주당이 아동 성추행을 자행하는 사탄주의자들이자 힐러리 클린턴이 소아성애자 조직을 운영한다고 주장하는 큐어논(음모론 지지 극우 집단)의 행태와 닮았다. 이로 인해 큐어논처럼 음모론을 지지하는 좌파를 ‘블루어논’이라고 칭하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블루어논 현상은 이번 암살 시도 이전부터 나타났다. 6월 대선 토론에서 바이든이 참담한 실력을 보인 것과 관련해 X의 다수 계정은 “CNN이 고의로 측면 각도 카메라를 사용해 바이든을 안 좋게 보이게 했다”, “바이든이 사용한 마이크의 소리를 낮췄다”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반면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CIA가 암살을 명령했다”와 같은 음모론이 퍼졌다. 특히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마이크 펜스가 이 암살 시도의 배후라는 게시물은 조회수가 470만회에 달했다.
마이크 콜린스 의원(공화당, 조지아주)은 X에 “조 바이든이 (암살) 명령을 내렸다”며 바이든이 지난 8일 기부자들과 만나 “트럼프를 정조준하겠다(put Trump in a bull’s-eye)”고 언급한 것을 지적했다. 콜린스의 게시글은 600만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트럼프의 수석 고문인 크리스 라시비타는 “그들은 트럼프를 투표용지에서 제거하려 했고, 그를 감옥에 넣으려고 했고, 이제 여러분은 이 상황까지 보게 됐다"고 적었다.
이번 암살 시도로 미국 내 분열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의 5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기 생전에 '2차 미국 남북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거나, 매우 크다고 답한 응답자는 47%에 달했다.
한편 바이든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과열된 정치의 온도를 낮춰야 할 때”라며 정치판이 킬링필드가 돼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역시 이날 "양당이 이 나라의 온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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