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부터 이어져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해 사실상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지표가 역대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믿음 하나만으로 버텨온 결과다. 전문가들은 PF 사업장이 옥석 가리기 과정에서 또 다른 위기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정상화를 위한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6일 한국은행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에 따르면 1분기 말 현재 전체 금융권의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각각 116조2000억원, 50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해당 업종 대출 통계를 금융업권별로 나눠 집계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기준 각각 7.42%, 5.86%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다.
'PF 직격탄'을 맞은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당장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충당금 적립 등 손실 인식 부담이 커지며 지난해 저축은행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올 2분기부터는 캐피털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대출 연체율도 심각하다.일반 가계부채(0.98%), 소상공인(1.52%), 기업(2.31%) 등 모든 종류의 대출 연체율이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금융사 실적은 물론 연체율 등 관련 금융지표가 악화하고 있지만 악성 PF 차주들은 현재 직면한 위기만 넘기고 보려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최근 집값 상승, 금리 인하 기대감에 기대어 부실 정리를 미루며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주체가 기대하는 집값 상승은 서울에 국한된 훈풍이다. 분양시장 침체, 인구 감소 등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악성 PF 사업장이 지방에 있는 것을 감안하면 서울 집값 상승은 사태 해결과는 무관한 현상이다. 서울 집값은 지난달에만 0.38% 오르면서 5월(0.14%)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반면 지방 집값은 전월 대비 0.10% 내리면서 하락 폭이 5월(-0.06%)에 비해 더 커졌다.
기준금리 인하도 자금난을 겪는 사업장에 물꼬를 터 줄 수는 있지만 PF 위기 전반을 해결할 수준은 아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에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거와 같은 2%대로 내려가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시급하게 PF 부실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주체들이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곳을 재구조화, 경공매 등 방식으로 해결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지방 PF 사업장은 연대보증으로 얽혀 있어 일부 사업장이 부실로 분류되면 연쇄적으로 다른 사업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부동산 PF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실이 심화하는 만큼 부실을 적기에 해소하지 않으면 사업성이 악화될 뿐 아니라 금융사가 취할 수 있는 대처 방안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브리지론 사업성 저하 문제는 향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해소되기 어려워 사업성과 채권 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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