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선 글로벌 OTT와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회가 정책을 입안할 때 '규제'보단 '진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요구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소장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2대 국회에 바라는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미디어정책학회, 한국OTT포럼,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노 소장은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OTT 사업자가 새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OTT가 성장하기 위해선 글로벌 진출에 나서야 하는데, 현 규모론 글로벌 OTT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해석이다.
실제 국내 OTT는 콘텐츠 투자 부담이 심화되면서 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0년 각각 61억원, 1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적자액이 1420억원, 804억원으로 증가했다.
콘텐츠 투자를 늘려도 국내 OTT의 시장 경쟁력이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 티빙과 웨이브의 지난해 매출은 3264억2400만원, 2479억6500만원을 기록했는데, 둘의 매출액을 합쳐도 넷플릭스의 매출액 8233억43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노 소장은 글로벌 OTT에 국내 콘텐츠가 종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노 소장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티빙의 '선재 업고 튀어'도 이목을 끈 콘텐츠"라며 "그러나 국내 플랫폼에 기반했기 때문에 오징어게임처럼 성공하진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국내 콘텐츠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 넷플릭스에 의존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노 소장은 국회가 진흥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에 결성돼 있는 기금이나 새로운 기금을 통해 국내 OTT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지원 범위론 콘텐츠 제작, 자막·더빙 등을 포함 재제작, 마케팅 등 제반비용 지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OTT 플랫폼에 방송발전기금(방발기금)을 걷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는 데엔 "국내 OTT와 글로벌 OTT 간 역차별 우려가 있다"며 "기금을 내지 않는 사업자에겐 내지 않게 하는 게 낫다. 오히려 장기적으론 기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소장은 국내 OTT에 대한 광고 규제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네이버·카카오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광고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자는 국내 OTT"라며 "이들의 광고 매출 신장은 전체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최용준 전북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 OTT가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OTT의 투자 여력이 글로벌 OTT보다 적은데, 이렇다보니 콘텐츠 품질 경쟁에 뒤처지고 결과적으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져, 또 다시 콘텐츠 제작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며 "콘텐츠 제작 지원 정책을 통해 이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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