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1958년 아세아제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을 이끌어 냈습니다. 소액주주 연대와 상근감사 선임, 주주대표 소송 등으로 회사를 압박해 최초의 주주환원책을 얻어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변화를 일으키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도 적극적인 주주권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주주환원, 주주권 강화 등이 화두에 올랐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 역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국내 첫 마이데이터 기반 소액주주 중심 행동주의 플랫폼 '헤이홀더'는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약 2만명, 보유 주식가치는 2조5000억원이 넘는다.
허권 헤이홀더 대표는 금융투자업계가 아닌 변호사 출신이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기현에서 8년간 기업 지배구조 및 경영권 분쟁 자문을 담당했다. 그런 그가 소액주주로 눈을 돌린 이유는 뭘까.
허 대표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 대기업이나 대주주 쪽을 자문하는 업무를 많이 했고 경영권 분쟁에도 많이 관여를 했는데, 당시 행동주의 펀드들은 2%, 3% 지분율만을 가지고도 상당한 압박을 해내고 주주환원 체계나 여러가지 성과를 얻어내는 경우가 있었다"며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행동주의 펀드보다 더 크게 모이는데도 불구하고 행동주의 펀드처럼 이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법률적 지식이나 금전적인 부분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법률적 지식은 제가 보충을 하고 모금 시스템 등을 갖추면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든 회사"라고 덧붙였다.
헤이홀더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법적인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3% 이상 지분을 모아 주주 대표를 정하면 주주 대표와 헤이홀더가 협의를 통해 직접 주주제안을 정하는 방식이다.
허 대표는 "임시주주총회 소집이나 의결권 행사를 위해 개인이 나서기엔, 전문투자자라고 해도 어려운 것들이 많다"며 "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허들을 넘도록 기술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이홀더는 대표적으로 아세아제지, 유비쿼스, 에치에프알 등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주주 환원책을 이끌어 냈다. 올해도 정기 주주총회 당시 주주제안을 활발히 진행했고 현재도 임시 주주총회를 준비 중이다.
그는 "현재 두세 곳 정도 임시 주총 소집을 계획하고 있다"며 "회사에 임시 주총을 열어 달라고 했을 때 회사가 반응이 없으면 법원에 신청을 하게 된다. 법원에 신청해서 허가를 받으면 주주총회를 직접 꾸리는 단계가 된다. 지금 한 곳은 이미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문제 제기를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는 데 포커스를 두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아세아제지는 감사인 선임 문제와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해서 설립 최초 주주 환원책을 이끌어 냈는데 지난해 3월 결집을 한 뒤 일주일 후 1차 주주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소액주주 연대가 보유한 지분율은 6%에 달했다. 1차 주주서한에는 중간배당 1000원, 자사주 매입 500억원, 10대 1 액면분할, 적극적인 IR, 주주연대 추천 감사인 선임 등이 담겼다. 이후 아세아제지는 5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4월 2차 주주서한, 5월 3차 주주서한 및 주주대표소송을 예고했고 6월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회사는 7월 2차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분기배당 500원, 당기순이익의 25% 배당성향 설정, 2년 간 4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3년 내 기취득 자사주 100% 소각, 5대 1 액면분할 등이다. 이에 주가도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 대표는 "주주서한 이전에는 아세아제지의 주가는 같은 종이목재 섹터는 물론 코스피지수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으나 2차 주주환원책 발표 시점을 계기로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며 "3만원대 초반이던 주가가 5만원 근처까지 오르는 등 이 사례가 저희의 핵심 사례"라고 소개했다.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를 대상으로도 제안에 나서고 있다. 허 대표는 "올해는 비보존이라는 K-OTC 회사가 정관 변경을 시도했는데 주주들이 27% 넘게 모여 이를 부결시켰다"며 "코스닥 상장사인 유비쿼스 주주총회에서는 요구사항이 일부 받아들여졌다"고 전했다.
유비쿼스 소액주주 연대는 회사에 배당성향 30%를 요구했다. 이에 유비쿼스는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연결 당기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주주환원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특히 올해는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10% 추가해 총 40% 주주환원을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허 대표는 "타사 같은 경우는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법원에서도 가처분 인용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는 소액주주들이 모여서 투표를 해 안건을 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희가 법률적인 부분이 강하니까 안건 상정한 것들은 모두 적법하게 깊게 관여해 돕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가 생각하는 주주권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다"며 "단순히 주주총회에서 표를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송을 제기할 때도 있고 아니면 총회를 열 때도 있고 아니면 꼭 법상으로 있는 건 아니지만 주주들이 회사로부터 IR을 받고 싶다고 할 때도 저희가 회사와의 미팅을 주관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화두가 됐다는 점에서도 소액주주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기대감은 연초보다는 한 풀 꺾인 상황이다. 법인세 감면 등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 인센티브를 발표했지만 일각에선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허 대표는 "소액주주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이 나온다고 했을 때 굉장히 큰 기대를 했던 건 맞다"며 다만 아직 구체화가 안 돼서 얼마나 더 구체화 되느냐에 따라 주주들의 반응도 달라질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상법 개정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이뿐만 아니라 제도적으로 소액주주들도 주가가 떨어졌을 때 움직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게 더 시급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소액주주 행동주의 플랫폼의 경우 긴 호흡이 필요한 주주 행동주의 특성 상 소액주주들이 오랜 기간 지분을 보유하고 뭉쳐야 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대부분 일반 개인투자자인 만큼 지쳐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주로 매매거래 정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운동이 전개되는 모습이 많다.
허 대표는 "주주들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할 수만 있다면 주식 투자도 '단타' 방식에서 방향이 조금씩 바뀔 것"이라며 "헤이홀더에 모여서 소액주주 운동을 통해 주가가 오르는 경험이 반복된다면 행동주의에 관심 있는 소액주주뿐만 아니라 헤이홀더가 어떤 걸 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일반투자자도 계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헤이홀더는 다양한 주주환원 사례를 만드는 게 현재 목표다. 허 대표는 "공격적으로 넓히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무리하게 확장을 하는 것보다는 작은 사례라도 레퍼런스(reference) 만들어 가자"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소액주주들이 중심이 돼서 이제 도움을 요청했을 때 도움을 줬다고 하면 향후에는 한두 건 정도는 저희가 적극적으로 기업을 발굴해서 주가를 적극적으로 올려보자, 기업가치를 제고시키자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허권 헤이홀더 대표이사 프로필
△ 서울대 법과대학 졸업
△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전문석사 졸업
△ 기업지배구조 전문 로펌 기현
△ 헤이홀더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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