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자 토론 과정에서 나경원 후보가 과거 한동훈 후보(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요청했다는 폭로가 나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형사사건 청탁'이라며 관계 당국의 수사를 주장했다.
한 후보는 1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나 후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 본인의 법무부 장관 시절을 공격하자, 법과 원칙에 따른 법무행정을 강조하면서 "나 후보는 본인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공소 취소할 것을 부탁한 적이 있지 않냐"고 반격했다.
나 후보는 지난 2019년 11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안 접수 등을 물리적으로 저지해 국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재판은 의원들이 의정활동 명목 등으로 기일변경과 불출석을 반복하면서 일정이 수시로 지연됐고, 4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언제 결심(심리종결)이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나 후보가 해당 사건의 취소를 요청했다는 폭로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나 후보는 한 후보의 반격에 "그것은 구체적 사건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저의 유무죄에 관한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과 법치를 바로 세우느냐 아니냐의 문제였다"고 반박했다.
토론이 끝나고 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입을 열면, 우리 당을 위험에 빠뜨리는 폭탄과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며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구분 못하고 심지어 아주 악의적으로 왜곡까지 해서 보수 진영 전체를 낭떠러지로 내몰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원희룡 후보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차별 총기난사다. 이러다 다 죽는다"라며 한 후보 비판에 동참했다.
야당에서는 '댓글팀'에 이어 이번 '공소 취소'까지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온 폭로들이 죄다 공수처와 검찰 수사감이라고 몰아쳤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17일 "공정과 정의 운운하며 이러고 살았는가"라며 "나 후보의 이런 청탁은 수사 대상이고 한 후보도 당시 이런 불법적 청탁을 받고 왜 신고하지 않았는지도 수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이나 국민의힘 사람들은 수사나 기소를 자신들의 권리로 여기며 사적 인연에 따라 청탁도 하고 그런가"라며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던 법과 원칙이냐"고 힐난했다.
이어 "당무개입, 불법 댓글팀 의혹, 폭력사태를 넘어 이제는 형사사건 청탁"이라며 "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를 것이 아니라 후보 모두 다같이 손잡고 검찰에 출석해 수사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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