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각사의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초거대 에너지 기업의 탄생이 예고됐지만 합병 과정이 원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SK E&S에 따르면 회사는 2021년과 2022년 KKR을 상대로 RCPS를 통해 3조10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일은 2026년 하반기와 2028년이다.
상환전환우선주는 우선주, 상환주, 전환주의 특징을 모두 갖고있는 주식으로 채권처럼 만기가 존재한다. 상환에 대한 권리는 회사가 갖고 있어 현재 SK E&S의 재무제표상으로 부채가 아닌 순자산으로 잡혀있다. 3조원대의 자산 증식으로 인해 SK E&S는 부채비율 61.76%라는 건전한 재무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KKR에 대한 설득 실패는 결국 SK E&S의 재무구조 악화로 치닫게 되고, 이는 당초 SK그룹의 계획인 SK온에 대한 자금조달이 난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이 175.79%에 달하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 제고 효과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SK E&S 측은 KKR이 RCPS를 만기일 전에 현금이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없으며, 만기일에 맞춰 현금이나 주식으로 상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SK E&S가 RCPS를 발행했을 당시 KKR이 예상할 수 없는 중대한 투자현안이 발생했기 때문에 상환 권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 때문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이 KKR에는 다소 불리한 1대 1.19로 책정된만큼 KKR이 불만을 표시할 여지가 생겼다.
다만 지분가치 하락 우려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와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안정이 오히려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두 회사의 이사회가 있던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전일 대비 5.65% 올랐다. 다소 긍정적인 시각으로 합병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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