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19일 생성 인공지능(AI)의 두뇌역할을 하는 AI 반도체(GPU)로 승승장구하는 엔비디아를 놓고 "3년 내로는 적수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최 회장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AI 시대, 우리 기업의 도전과 미래 비전' 토크쇼에서 엔비디아를 놓고 "중요한 고객이다 보니 SK그룹도 많은 연구를 했다"며 이러한 결론을 공유했다.
그는 "여기에는 많은 요인이 있는데, GPU로 그래픽을 다루는 것과 AI 연산이 거의 같은 얘기이고, 엔비디아가 이를 더 쉽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상당히 많이 발전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누가 칩을 비슷하게 만들어도 그 하드웨어(AI칩)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한순간에 만들 방법이 없다"며 "2~3년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엔비디아가) 좋기 때문에 무너지기 힘들다"고 예측했다.
최 회장이 이렇게 엔비디아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엔비디아 AI칩에 필수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D램을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HBM3E(5세대) D램 공급을 위한 퀄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미국 마이크론은 수율과 공급량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비디아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토대로 SK하이닉스는 올해와 내년에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를 넘어서는 매출과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된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최 회장은 엔비디아가 2~3년 후 독점적 지위를 잃어버릴 가능성은 몇 가지 있다면서 "AI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BM)이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며 "(효율적인 AI 학습·추론을 위해) 지금 엔비디아를 대신할 다른 형태의 칩이 필요해지면서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질 공산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를 누가 깰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엔비디아 칩을 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의 비싼 AI칩 대신 자체 AI칩을 쓰고 싶어하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빅테크의 AI칩 경쟁력이 얼마나 올라오느냐에 따라 엔비디아가 흔들릴 수도 있고,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AMD, Arm 등이 저렴한 칩을 잘 만들면 엔비디아 모델도 부서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SK하이닉스가 HBM D램을 놓고 엔비디아와 독점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AI 메모리 고객 다각화를 꾀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이어 최 회장은 최근 AI 열풍을 19세기 미국 서부에 금을 캐려고 사람들이 몰려들던 '골드러시'에 비유했다.
최 회장은 "AI라는 금광을 캐러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는데, 엔비디아가 GPU라는 청바지와 곡괭이를 팔면서 먼저 돈을 벌고 있다"며 "SK그룹의 AI 전략도 엔비디아와 비슷하게 곡괭이를 팔아서 돈을 벌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을 캐려면 처음에는 곡괭이가 필요하지만 나중에는 땅을 더 깊게 파기 위해 불도저 등이 필요하다"며 "SK그룹의 기본 전략은 AI 데이터센터에 에너지까지 붙여 가장 적은 비용으로 금(AI)을 캘 수 있게 도와드리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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