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트럼프 2기' 다가올 변화 …한국의 대응전략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
입력 2024-07-23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약을 토대로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일단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대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급여세를 면세하고 자본이득세를 감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약값 인하, 미국 국민의 기업을 통한 의료보험 가입 등으로 의료혜택 확대를 도모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에 도입된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비율이 100% 넘을 경우 상하양원이 동의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다. 가끔 재정절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안은 1조 달러 내외의 작은 규모로만 추진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친화적 정책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 유지, 강력한 리쇼어링정책으로 ‘Keep America Great Again’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2018~19년 중에는 연간 700~800여 개 기업이 리쇼어링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그 결과 2009.9~2020.2월 128개월간 최장 호황을 기록하며 1인당 소득 6.5만 달러 고소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회복될 것이다. 미국 성장률 1% 상승 시 한국성장률 0.4%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 2015년 미국 상하 양원 통과해 2016년부터 발효된 새 무역촉진법 (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에 의해 미국 재무부는 연 2회 주요교역국들의 거시경제정책과 환율정책을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고 환율 개입 의심 국가에 대해 통상 투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발효된 슈퍼 301조의 환율 관련 법안으로 불황형 흑자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복을 받고 원화가치를 크게 절상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마침내 동아시아금융위기 때 피해가지 못한 전력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명 베닛 해치 카퍼(BHC) 법안이라고 불리는데 △대미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GDP 비율 3% 이상 △12개월 동안 일방적인 순외환시장개입 규모/GDP 비율 2% 이상 기준을 가지고 2개 기준에 저촉하는 국가는 관찰/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 3개 기준 저촉하는 국가는 제재대상국으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구조가 대중국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대신 대미국 흑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어 한국이 미리 대처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통상면에서도 미국우선주의, 다자간협상탈퇴, 쌍무협정 (무역확장법 동원) 공정무역 중심의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트럼프 1기에 탈퇴한 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원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총 11개국이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2023년 7월 영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총 1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만 가입하고 있고 CPTPP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통상 다원화 차원에서 한국은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통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T 반도체 등 새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되는 강경한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정책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인플레감축법(IRA)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반도체칩스법에 의한 미국 내 칩 기업의 R&D 및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 의해 한국의 많은 반도체 배터리 공장들이 미국에서 착공 중이거나 이미 가동되고 있다. 새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해 방어비 추가 분담을 요구하면서, TSMC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의 여파로 TSMC에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는 17일과 18일 이틀간 2%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AI 반도체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맞물리며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재편되어 오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의 말에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 부흥을 위해 수십조원 보조금을 쏟아붓는 ‘칩스법’에 변화가 생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통상정보를 미리 입수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되었던 셰일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이런 과정에서 원유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립이 달성될 경우 미국 중동 간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중동원유의 주요 이동통로인 남중국해 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원유가격 하락은 원유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구도의 변화는 중동정세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와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색된 러시아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트럼프1기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히려 경색되면서 러시아 중국이 밀착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탄약을 공급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환경정책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탄소중립정책은 주로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면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시절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환경규제는 추가로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이미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지만 탈원전 폐기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가올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미리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응전략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