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MVNO) 업계가 부진을 거듭하면서 통신업계에서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주도권이 더욱 공고해진 분위기다. 5세대 이동통신(G) 가입자 확대를 돌파구로 삼은 알뜰폰 업계는 정부가 마지막으로 개입하는 다음 달 도매대가 협상을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보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이통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 수는 54만3289명이다. 이는 63만8593명이었던 지난해 상반기보다 9만6304명 줄어든 수치다. 연초와 대비해서도 알뜰폰 순유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1월 순유입자는 12만332명이었지만 6월 들어 6만8729명으로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에 정부의 전환지원금 정책과 이통 3사의 온라인 요금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알뜰폰 강점인 가격경쟁력이 상쇄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가계통신비를 절감하고 이통사 간 경쟁을 활발히 하고자 전환지원금 정책을 실시했다. 단말기 교체와 함께 이통사도 바꾸면 지원금을 최대 50만원 제공하는 게 골자다.
알뜰폰 관계자는 "전환지원금 액수가 적어 '짠물지원금'이란 말도 나오지만 알뜰폰 업계는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통 3사의 온라인요금제는 2만~4만원대 저렴한 요금으로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무엇보다 알뜰폰 주력 요금제와 겹친다. 이통 3사가 알뜰폰 수요층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계에선 알뜰폰의 5G 진출 가속화가 시급하다는 말이 나온다. 가격경쟁력이 약화한 만큼 품질이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5월 말 기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전체 가입회선(휴대폰 기준)은 약 924만개이다. 이 중 4세대 이동통신(4G)이 860만개로 약 93% 정도를 차지한다. 5G는 34만개에 불과하다. 전체 5G 가입회선 3394만개에서 알뜰폰 점유율이 약 1% 수준이란 의미다.
알뜰폰 업계는 오는 8월 도매대가 협상 때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알뜰폰은 이통 3사의 요금제를 도매로 할인받아 구매한 뒤 마진을 붙여 되파는 구조다. 통상 4G 도매대가는 기본료의 40%로 알려져 있다. 반면 5G는 60%에 달한다. 현행 60%를 유지하면 좀처럼 5G에서 알뜰폰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이번 협상은 알뜰폰 업계가 큰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마지막 협상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업계를 대신해 이통 3사와 적정 도매대가를 결정했지만, 내년부터는 알뜰폰 업계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서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서다. 이통 3사 역시 주력하는 5G망을 저렴하게 내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알뜰폰 업계에선 최대한 정부의 협상력을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찮다. 수십 개 업체가 있는 알뜰폰 업계 특성상 하나 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알뜰폰 업계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해 저마다 다른 서비스를 보이는 만큼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며 "다음 달 도매대가 협상 때 정부 통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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