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막을 올리면서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사도 광산은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금산(金山)으로,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들의 강제노역 현장이다. 1601년 금맥이 발견, 약 30년간 전성기를 맞아 매년 금 440㎏, 은 40t 정도를 채굴했다. 1989년 폐광됐으며 현재는 관광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2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번 위원회 회의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지며 사도 광산을 포함한 신규 세계유산 등재 여부 심사는 26∼29일 진행된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달 6일 공개된 사도 광산 평가 결과에서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여러 지적 사항을 붙여 '보류'를 권고한 바 있다.
자문기구 이코모스는 유산을 심사해 등재 권고, 보류, 반려, 등재 불가 등 4가지 권고안 중 하나를 결정한다. 보류는 미비한 부분에 대해 추가 자료 제출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자료를 보완하면 당해나 다음 연도에 유네스코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 평가 결과가 알려진 후 에도시대 이후 유산이 많이 남은 구역을 제외하고 일부 유산의 완충지역 확장, 상업 채굴 재개 금지 등 이코모스 일부 권고를 수용했다고 여론전을 펼쳤다.
일본 정부는 이코모스가 "전체 역사를 현장 레벨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과 설비 등을 갖추라"고 주문한 데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반면 한국 정부는 일본이 사도 광산 유산 시기를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을 외면하려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고 거듭해서 촉구해 왔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조선인 노동자 위령시설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집권 자민당 내 보수파 반발 등을 고려해 고심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일본 일부 시민단체도 니가타현 지역 역사서 등에 조선인 강제노동 사실이 기술됐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를 향해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와 마주하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일본이 심사 당일까지 '전체 역사 반영' 문제를 놓고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은 모두 21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와 지자체가) 에도시대에 한정하지 않고 전 기간의 광산 역사를 전시·설명하라는 권고에 역사 전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만장일치 등재를 추진하는 일본은 한국과 (의견) 절충, 각국에 대한 설득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계유산위원회도 보류를 결의하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내년 이후로 미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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