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내년 공장에 배치하고 2026년에는 판매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전기차, 우주, 인공지능(AI)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 혁신을 주도해 온 머스크가 다시 새로운 지평을 열 지 귀추가 주목된다.
머스크는 22일(현지시간) 본인 소셜미디어(SNS) 엑스(X)를 통해 "테슬라는 내년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험 생산(low production)해 회사 내부에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 사용은 곧 테슬라 공장 배치를 뜻한다. 아울러 머스크는 "2026년에는 다른 회사들을 위해 대량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머스크 언급 영향으로 테슬라 주가는 5% 이상 상승 마감했다.
2021년 처음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착수 계획을 밝힌 머스크는 당시 첫 로봇 슈트를 입은 브레이크 댄서를 무대에 세우며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하지만 로봇이 아닌 댄서가 로봇 흉내를 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당시 머스크는 이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가누는 로봇을 이른 시일 내에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선 회의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테슬라는 꾸준히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계획을 진행했고, 그 결과 지난해 9월 말 옵티머스 시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시연 영상에서는 손가락과 팔, 다리를 자유자재로 가누고 한 발로 무게중심을 잡으며 복잡한 자세를 취하거나, 색깔별 블록을 구분하는 등 미세 작업을 해내며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3개월 뒤엔 더 빨리 걷고 다섯 손가락을 자연스레 움직이는 모습을 공개했고, 올해 1월엔 옷을 개는 모습도 선보였다.
옵티머스가 이렇게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현재 기술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관계가 있다. 지난 4월 기술 전문지 빌트인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두뇌'는 신경망 AI 칩으로 구성됐다. 옵티머스는 자동 조종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고 탐색한다. 이때 딥러닝과 같은 AI 기술이 사용된다. 또한 고도로 훈련된 시각적 안내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인간과 매우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다고 빌트인은 덧붙였다.
게다가 옵티머스는 알아서 판단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을 주로 연구한 인디애나주 로즈힐먼 공과대학 카를로타 베리 교수는 옵티머스가 자연어 처리 기능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즉 로봇이 인간과 협업할 때 따로 언어로 명령하지 않아도 인간의 의도를 알아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베리 교수는 덧붙였다.
생성형 AI 및 AI 반도체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로봇 역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측면 모두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면서 그 결정체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층 인간 생활에 밀접해지고 있는 것이다.
옵티머스가 생산에 투입되면 우선 특정 공정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옵티머스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한 만큼, 이후에는 반복 공정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무거운 물체를 팔로 들어 올려 옮기는 능력이 탁월한 옵티머스의 장점을 살리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머스크가 공언한 자율주행차 '로보택시'가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한 것을 들며 이번 휴머노이드 약속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관측도 나오고 있다. 2019년에 머스크는 투자자들에게 2020년까지 테슬라가 100만대 이상 로보택시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그 약속은 아직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머스크는 자기 회사에 대해 야심 찬 일정을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항상 이를 지키지는 못했다"고 꼬집었다.
로봇 가격도 주된 관전 포인트다. 머스크는 2022년 AI데이 행사에서 로봇 1개당 가격을 2만 달러(약 2770만원)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올해 3월 엑스(X) 게시물을 통해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단위 질량당 복잡성이 (자동차에 비해) 훨씬 더 높다"며 목표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자동차 가격 대비 절반 이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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