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트럼프 J.D.밴스의 아메리칸 드림 ④] 금수저 트럼프, 밴스로 성난 백인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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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4-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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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대선서 백인 남성 유권자 이탈에 바이든에 패배

  • 밴스, 백인·남성·블루칼라 표심 잡을 묘수

  • 대선 불복 시도에서도 트럼프에 충성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가 7월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공동 유시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가 7월 20일(현지시간) 미시간주에서 열린 공동 유세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우리가 잃은 백인들을 되찾으려면, 백인이 필요하다. '힐빌리의 노래'를 쓴 밴스는 그 일을 할 사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하는 스티브 배넌의 측근 비시 버라는 이처럼 말했다. 트럼프가 J.D. 밴스(39)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택한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발언이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의 장남이자 막후 실세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46)는 백인 노동자 계급 출신인 밴스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통해 감동 스토리를 전하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가 밴스를 부통령으로 택한 데는 트럼프 주니어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트럼프 주니어는 “나와 내 친구 J.D. 밴스를 보라. 애팔래치아 출신의 아이와 트럼프타워 출신의 아이”라며 금수저인 자신과 흙수저인 밴스를 대조했다. 이어 “우리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이제 우리가 사랑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함께 싸우고 있다”며 “밴스는 대단한 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소개에 밴스는 자신의 이야기로 화답했다. 그는 자신의 불우한 유년기 및 청소년기를 회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 계급을 무너뜨렸다고 주장했고, 공화당이야말로 미국 블루칼라(육체 노동자)를 위한 정당이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가 고심 끝에 밴스를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것은 백인 남성들의 표심을 꽉 붙잡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2016년 백인·남성·블루칼라로 상징되는 '성난 백인' 표심에 힘입어 백악관행 티켓을 거머쥐었던 트럼프는 2020년 대선에서는 이들의 이탈로 인해 바이든에게 백악관을 넘겨주는 쓰디쓴 맛을 봐야 했다.

밴스는 미국의 쇠퇴한 공업지대로 불리는 '러스트벨트' 출신이다. 그리고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은 미국 대선의 경합주이기도 하다. 이 지역 표심이 백악관행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구 분포 중 백인이 다수라는 점이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은 백인이 각각 84%, 81%, 74%에 달한다. 세계화 흐름 속에 미국 제조업이 쇠퇴하면서 일자리가 무섭게 증발하자,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들의 생활은 날로 어려워졌다.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이민자들의 값싼 노동력 공급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제일주의)’가 백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이유다.
  
문제는 2020년 대선에서 백인 남성 유권자의 이탈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중산층 조'라고 칭하는 바이든은 성난 백인 일부를 트럼프에게서 빼앗아 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경합주에서 나타난 백인 표심 이탈은 트럼프에게 치명적이었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출구 조사를 보면 2016년 65%에 달했던 조지아 백인 남성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은 2020년에 45%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애리조나와 미시간에서는 14%포인트가 줄었고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에서는 각각 7%포인트나 감소했다.
 
트럼프 캠프는 2020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측근 다수는 밴스를 성난 백인 표심을 결집시키는 묘수로 봤다.  

러닝메이트 후보군에 올랐던 팀 스콧 상원의원이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지지율을 대폭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 분석도 밴스 지명으로 이어졌다.
 
밴스의 충성심 또한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였다. 2020년 트럼프의 대선 패배 불복과 관련해 밴스는 “트럼프가 대선을 도둑맞았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에 동조했다. 당시 부통령이던 마이크 펜스마저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경험을 통해 트럼프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그를 따를 충성파를 곁에 둬야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밴스는 러닝메이트 지명 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며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쉬운 길을 택하는 대신 학대, 비방, 박해를 모두 견뎠다”고 트럼프를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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