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제조사 TSMC에 '엔비디아 전용 패키징 제조 라인'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주도 중인 차세대 첨단 패키징(이종반도체 결합)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6월 대만 TSMC 본사를 방문해 장중머우 TSMC 창립자와 웨이저자 TSMC 회장 등 주요 경영진과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황 CEO는 TSMC에 엔비디아 전용 칩온웨이퍼온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라인의 구축을 요청했으나, TSMC의 경영진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절의 배경으로는 엔비디아 외 AMD 등 다른 고객사의 패키징 예약 물량 소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TSMC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공급량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TSMC는 독자 반도체 후공정 기술인 CoWoS 공정을 통해 엔비디아와 AMD 등 고객사의 AI 반도체 수주 물량을 독점해왔으나, 생산 능력의 한계와 고질적 기술 문제인 '병목 현상' 등으로 몰려드는 수요 대응에 급급하다.
TSMC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내년까지 CoWoS 생산능력을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웨이저자 회장은 "2025년까지 공급은 매우 빠듯할 것으로 보이나, 2026년에는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까닭에 TSMC는 삼성전자가 주도중인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징(FO-PLP)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O-PLP는 기존 반도체 웨이퍼보다 넓은 직사각형 기판을 도입해, 더 많은 칩을 배치할 수 있으며, 생산 효율이 높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CoWoS 공정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TSMC는 기존 CoWoS 공정의 생산능력을 끌어올리면서 FO-PLP 등 신공정을 도입해 급증하는 AI 반도체 주문량에 대응하겠다는 이원화 생산구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전체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FO-PLP 점유율이 2022년 2%에서 2028년 8%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부터 FO-PLP 기술의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해 왔으며, 이를 통해 패키징 등 반도체 후공정에서도 TSMC를 추격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PLP 기술만큼은 삼성전자가 TSMC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FO-PLP 공정은 모바일, 웨어러블 장치 등 저전력 메모리 집적화 분야 외에도 AI 반도체와 고성능 컴퓨팅(HPC)용 칩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국내외 AI 반도체 팹리스와 미국 빅테크가 개발 중인 AI 반도체를 고객으로 유치할 때 '통합 AI 솔루션'과 함께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상진 명지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가 특허를 보유한 CoWoS 기술에 대해 "우리가 보유한 FO-PLP 기술이 독자적인 솔루션으로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히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파트너사와의 관계 및 전략, 수익성 등 비즈니스 전반과 종합적인 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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