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힘 쏟고 있는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자금 확보를 위해 새로운 법률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산케이신문,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새로운 법률안을 내년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굳혔다고 24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국내 양산 및 연구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라피더스에 대해 정부가 대출을 보증하는 방안이 담긴 법률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홋카이도 지토세시에서 건설 중인 라피더스 공장을 시찰한 뒤 반도체 관련 법률 정비 방침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호네부토(骨太·골태, 굵은 뼈대) 방침'으로 불리는 '경제 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서 "차세대 반도체 양산을 위해 필요한 법제상 조치를 검토한다"고 명기한 바 있다.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향해 한국, 미국, 대만 업체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상황으로, 일본은 2022년 라피더스를 설립하면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소프트뱅크, NEC,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개사가 출자해 설립됐다. 미국 IBM의 기술 협력을 받아 2027년에 최첨단 2나노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로, 2025년 4월에는 시험 라인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라피더스는 2나노 차세대 반도체 국내 양산을 위해서는 5조엔(약 44조5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지원은 9200억엔(약 8조2000억원) 가량 이뤄질 계획이며, 도요타 등의 출자도 73억엔(약 652억원)에 그치면서 금융기관 대출이 어려운 가운데 자금 조달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정부 보증을 법률로 규정해 금융기관 등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을 돕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변제를 보증하는 법안을 만드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민간기업에 대해 정부 보증 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기시다 정권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물품인 반도체 산업 부흥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일본 반도체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한때 50%에 달했으나, 한국과 대만 등에 밀려 2017년에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 설립과 별도로 TSMC 공장을 규슈 구마모토에 유치하는 등 다양한 정책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구마모토 공장에는 최대 1조2000억엔(약 10조7168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