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비(非)아파트 전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공공매입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과 예산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어 정책과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출자 예산은 2조4343억원으로 2023년(2조8393억원)에 비해 14% 감소했다. 2022년 예산 3조3467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27% 줄었다. 특히 다가구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융자 예산도 2022년 5조8092억원에서 3조6120억원으로 37.8% 감소했다.
예산 감소는 매입공급임대주택 실적 감소로 나타난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2만4162가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2022년 1만4054가구, 지난해에는 4610건에 그쳤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단 1576가구만 매입해 당초 목표 달성량 대비 4.9%에 불과한 수준이다.
수요자 선호가 높은 서울 시내 주택 매입량과 공급량도 동반 감소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매입임대주택 매입 실적은 2020년 6511가구를 기록했지만, 2021년 4251가구, 2022년에는 828가구에 그쳤다. 지난해 2080가구 매입으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는 638가구에 그쳤다.
공급 실적도 마찬가지여서 SH공사의 매입임대주택 공급 실적은 2021년 5258가구에서 2022년 4569가구, 지난해 2660가구로 2년 새 공급량이 49.4% 줄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공급 실적은 1440가구 수준이다. 공급이 줄면서 서울 전체 매입임대주택 재고도 2021년 5만5963가구에서 2022년 기준 5만5193가구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제7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든든전세주택 등 공공매입임대주택을 당초보다 1만가구 늘려 올해 13만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이 중 5만4000가구는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공공매입임대주택에 대한 예산과 실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상황에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 부문 공급뿐 아니라 민간에서 규제 완화를 통해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에 숨통을 트이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는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기준 85㎡ 이하인 국민주택 규모까지는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수요 진작책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