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하이부동산] '0원 분양'까지 나왔다...골칫거리 전락한 도시형생활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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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 기자
입력 2024-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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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아파트 대체재로 주목받았던 도시형생활주택이 미분양을 해소하려 '0원 분양'까지 나서는 등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 심의 대상이 아니어서 호황기 때 고분양가를 책정했지만, 고금리와 시장 위축으로 인기가 떨어지며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지방뿐 아니라 우수한 입지의 서울 핵심 지역, 대형 건설사 브랜드의 도시형생활주택도 악성 미분양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활성화를 위한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종 도시형생활주택 분양 난항에 '제로분양' 고육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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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새롬 기자]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종시 대평동에 위치한 펜트빌 세종은 최근 '제로(0원) 분양'을 홍보하며 수분양자를 찾고 있다. 계약금을 내지 않고 입주해 살다가 2년 뒤 잔금 납부를 하면 된다는 뜻이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자가 1000만원을 명목상 계약금으로 내면 시행사에서 담보대출을 일으킨 다음 다시 1000만원을 돌려준다”고 설명했다. 잔금의 경우 입주자 대출 비중에 따라 시행사에서 잔금을 우선 납부한 다음, 2년 뒤 계약자가 이를 갚으면서 정식 계약을 하게 되는 구조다. 

    펜트빌 세종은 세종시 대평동 689(3-1 생활권 C2-5BL) 일대에 도시형생활주택 56가구와 오피스텔 14가구 등 총 70가구로 조성됐다. 펜트빌은 시공사 KD(옛 KD건설)의 주거 브랜드로, KD는 펜트빌 세종을 개발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스카이개발을 설립해 PF 자금을 조달했다. 

    펜트빌 세종은 지난 2021년 11월 계약을 맺고 2023년 2월 말까지 공사를 마친 뒤 후분양에 나섰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며 수분양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완공된 지 1년 반 넘게 미분양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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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정부청사에서 바라본 풍경 [사진=박새롬 기자]
     
    아파트 대체재서 애물단지로…고분양가 논란도
    펜트빌 세종 투시도 사진KD
    펜트빌 세종 투시도 [사진=KD]

    펜트빌 세종은 앞서 3.3㎡당 2370만원의 고분양가로 논란이 일었던 단지다. 당시 분양하던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132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의 분양가다. 주택법상 도시형생활주택은 분양가 심의 대상이 아니라 고분양가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투기과열지구 내 민영 아파트는 지자체가 분양가 상한제 심의를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은 분양가 심의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3~5년 전 부동산 가격 상승기 당시 규제가 많았던 아파트의 대체재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주거시설이 투자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후 고금리, 자잿값 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진 데다 아파트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아파트 대비 상품 가치가 낮은 주거시설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야경투시도 사진대우건설
    대치 푸르지오 발라드 야경투시도 [사진=대우건설]

    서울 주요 지역에서도 도시형생활주택은 악성 미분양에 시달리는 사례가 많다. 국토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서울 미분양 주택은 전월 대비 38가구 증가한 974가구였는데, 이 중 상당수는 도시형생활주택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준공된 강남구 개포동 '대치푸르지오발라드' 78가구는 미분양에 시달리다 PF대출 연장에 실패하며 통째로 공매로 떨어졌다. 지난 4월 진행된 공매에서 마지막 8회차 때 3가구만 낙찰됐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 측에 따르면 유찰된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을 진행 중이다. 1회차 최저입찰가 19억~30억원대에서 8회차 낙찰가는 9억~16억원대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대우건설의 영등포구 신길 AK 푸르지오(도시형 296가구, 오피스텔 96호실)는 지난 2021년 11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잔여 가구 분양을 진행 중이다. 계약자 수십 명이 인근 아파트 시세 하락을 이유로 시행사와 시공사에 분양대금 20% 인하와 중도금 대출 무이자를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 자이르네 투시도 사진자이00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신설동역 자이르네 투시도 [사진=자이에스앤디]

    할인분양 등 고육책을 써도 미분양이 빠른 시일 내 해소되지는 않는다. GS건설의 은평자이더스타(도생 262가구, 오피스텔 50실)는 도시형생활주택 물량이 몇년간 미분양으로 남은 탓에 계약금 2000만원 정액제에 4000만원 페이백을 적용해 사실상 할인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자이에스앤디의 신설동역 자이르네(도생 143가구, 오피스텔 95실)도 일반주택은 완판됐으나 도생에서 미분양이 남아 지난해부터 최대 1억5000만원에 달하는 할인분양을 적용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마포 빌리브 디 에이블(도생)도 악성미분양으로 골치를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거사다리'로 불리는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를 위해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앞서 정부도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는 내용 등의 법 개정 의사를 밝혔으나 국회 통과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앞서 1·10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말까지 지어진 신축 소형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게 했으나, 대상 주택 범위와 적용기한을 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세대 수 제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결국 폐기됐다. 
     
    은평자이더스타 견본주택 모형도 사진박새롬 기자
    은평자이더스타 견본주택 모형도 [사진=박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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