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 기업용 SSD(eSSD)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영업이익도 반도체 슈퍼사이클(대호황)이었던 2018년 수준인 5조원대를 회복했다. SK하이닉스는 8단 적층 HBM3E(5세대) D램에 이어 12단 HBM3E D램도 올 3분기 양산하고 4분기에 고객사에 공급하며 '1등 AI 메모리 기업' 자리를 공고히 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매출 16조4233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영업이익률 33%)을 기록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증권가에서 예측(컨센서스)한 2분기 실적 전망치인 매출 16조1886억원, 영업이익 5조1923억원을 다소 상회하는 성과다.
고가 메모리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환율 효과가 더해지면서 2분기 영업이익률은 전분기보다 10%p 상승한 33%를 기록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12단 HBM3E D램 3분기 양산...내년 핵심 제품으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낸 사업은 AI칩의 핵심인 HBM D램이다. HBM D램 매출은 전분기보다 80%, 전년동기보다 250% 이상 증가하며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최신 제품인 HBM3E D램은 올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양산 중인 8단 HBM3E에 이어 12단 HBM3E D램도 올 3분기 양산해서 4분기에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날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12단 HBM3E D램은 지난 5월 고객사에 샘플칩을 제공했고 현재 양산 준비 중"이라며 "내년 상반기 중에 12단 HBM3E D램 공급량이 8단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단에 비해 12단 HBM3E D램 기술 난도가 높지만 12단 HBM3(4세대) D램 양산 경험 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품질과 수요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6세대) D램 관련 계획도 귀띔했다. 김 담당은 "HBM4 D램은 내년 하반기 12단 제품부터 출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칩 적층 기술로는 기존 '첨단 MR-MUF(보호제 주입방식)'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D램 칩과 칩을 중간 매개체 없이 결합하는 차세대 적층 기술 '하이브리드 본딩'은 16단 적층 제품부터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김 담당은 "HBM 공급업체별로 D램 패키징 기술이 달라 하이브리드 본딩 적용 효과가 업체마다 다를 수 있다"며 "16단 HBM4는 2026년부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첨단 MR-MUF와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모두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6단 HBM4 D램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HBM 생산 증가로 일반 D램 감산효과...수익성 역전 가능성도
다만 이날 SK하이닉스는 HBM D램 생산량 증가로 관련 웨이퍼 투입이 증가하면서 일반 D램의 공급부족(쇼티지)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 D램이 HBM D램 수익성을 넘어설 가능성도 일부 언급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반 D램은 분기 단위로 가격을 결정하는 만큼 연간 계약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HBM보다 수익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전체 D램 생산능력은 늘어나지만 대부분 HBM 생산 확대에 투입하는 만큼 일반 D램 공급은 여유가 없는 공급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낸드 플래시의 경우 eSSD와 모바일 낸드 위주로 판매를 확대했다. 특히 eSSD는 1분기보다 매출이 약 50%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낸드 제품 전반에 걸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세가 지속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에도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가운데, 온 디바이스 AI를 지원하는 새로운 PC와 모바일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되며 고성능 메모리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담당은 "HBM과 함께 고용량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며, 온 디바이스 AI 지원을 위한 메모리 채용량 증가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사가 신규 수요 창출을 위해 AI 기능을 탑재한 고사양 PC·노트북을 출시하면서 저사양 제품으로 양극화하는 수요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며 “하반기 메모리 수요는 고사양 제품 중심으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적으로는 AI PC의 효과적인 구동을 위해 D램·낸드 등 메모리 채용량이 늘어나면서 효과적인 전력관리를 위해 저전력 메모리(LPDDR) 채용 확대가 기대된다.
이어 "AI 서버는 전력효율성이 중요한 만큼 올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대체할 수 있는 고용량 eSSD 매출은 전년보다 4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SK하이닉스 전체 낸드 생산량의 절반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비 투자 집행하며 재무 건정성 유지 '두 마리 토끼' 잡겠다
이날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로 벌어들인 수익을 설비와 생산능력 확대에 재투자하고 현금(현금성 자산 포함)과 차입금 비율을 지속해서 재조정하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CFO는 "수익성 중심 투자 기조하에 2분기 동안 청주 M15X팹 등 필수 투자를 진행하면서도 회사는 1분기 대비 4조30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2분기 사내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9조6900억원, 차입금은 25조23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 SK하이닉스는 직원 대상 상반기 PI(생산성격려금) 비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급의 150%로 공지했다. 솔리다임 실적을 제외한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30%를 넘어선 것에 따른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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