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를 사는 중장년(40~64세)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정년을 꽉 채워 일을 하고도 남은 인생이 구만리라 재취업 시장에 문을 두드린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어떤 이들은 정년 평균 '49.4세'라는 현실에 일찍부터 인생 2막을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이처럼 인생 이모작 준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곳곳에서 중장년의 새 진로 찾기를 도울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돼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시 중장년은 전체 인구의 40% 정도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서울시 총인구는 942만여명이었는데, 이 중 40~64세는 38.8%였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1955~1974년)가 노인인구로 진입함에 따라 같은 기간 50세 이상 인구도 41.3%에 달했다.
중장년 인구 비중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책 지원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노인세대로 진입할 많은 중장년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향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 수 있어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는 지역의 색을 녹인 중장년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초구의 특징은 대법원과 대검찰청을 비롯한 법원, 검찰, 변호사단체, 변호사 사무실 등 법조타운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이에 서초구는 중장년 법률사무 인턴십 취업 지원 사업으로 ‘서리풀 리걸 서포터즈’를 뽑는다.
서리풀 리걸 서포터즈는 서초구에서 만 58세 미만의 구민을 대상으로 법률 사무 분야의 전문 교육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해 처음 운영돼 14명의 중장년 퇴직자에게 법률사무원 양성교육을 제공했다. 이 중 12명이 로펌에 최대 6개월간 인턴으로 참여해 최종적으로 4명이 취업에 연계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 은평구는 퇴직한 중장년이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지역 소상공인을 돕고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 50세부터 69세인 세무, 재무, 노무, 마케팅 등 분야에서 3년 경력이 있는 중장년을 ‘소상공인 컨설턴트’로 모집하는데, 이들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은평구 지역의 소상공인을 찾아가 비용절감과 매출 증대 등 도움을 주고 있다. 1일 4시간 근무하며 1만원가량의 생활임금을 시급으로 받는다.
은평구 관계자에 따르면 “컨설턴트는 은평구 주민이면 가산점을 주지만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의 취지를 살려 꼭 은평구 주민이 아니어도 지원할 수 있다”며 “현재 컨설턴트로 23명이 활동하고 있고 지난 19일까지 총 1073건의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양천구는 ‘자전거 정비 학교’를 운영해 중장년에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사업은 지역 아파트단지의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정비해 취약계층이나 자전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사업이다. 사회공헌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으로 연계되면서 닥터 자전거라는 봉사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자전거 정비학교 수료자 중 6명은 주민들의 자전거를 무료로 고쳐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장년을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장년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청년과 노인층에 비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청년-중장년-노년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퇴직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중장년들이 연금 수령 전까지 지속적인 일과 활동을 통해 경제·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각각의 중장년 맞춤·유연한 일자리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민혜 서울50플러스재단 정책연구위원은 “중장년의 경우 생계형으로 일을 구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퇴직 후 사회적인 역할, 쓰임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있고 다양한 요구가 있다”며 “풀타임 정규직도 중요하지만 각각의 분들의 상황과 체력 등을 고려한 파트타임, 유연한 일자리를 정책적으로도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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