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윙켈만 람보르기니 회장은 지난 24일 람보르기니 분당 전시장에서 한국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람보르기니의 미래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윙켈만 회장은 이날 람보르기니 분당점 오픈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크라우드 스트라이크의 보안 SW인 팔콘 업데이트 오류에 따른 MS 윈도 먹통 사태로 비행이 취소돼 방한이 무산됐다.
윙켈만 회장은 "람보르기니의 오너는 운전에 숙련돼있기도 하지만 운전하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며 "앞으로 도입할 자율주행 시스템이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는 운전자를 일부 보조할 수도 있겠지만 람보르기니는 아주 먼 미래에도 운전자가 항상 있는 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은 기존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동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전동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율주행기술의 진화는 필연적이지만 이 과정에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수퍼카 브랜드들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윙켈만 회장은 이에 대해 "전기차의 시대적 흐름은 수퍼카 조차도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미래"라며 "우리는 레부엘토, 우루스, 우라칸 등의 하이브리드화를 통해 퍼포먼스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개선하고, 그 다음 단계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람보르기니는 수퍼카를 오래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한 오랫동안 하이브리드 전략을 지속한 뒤 포터만테, 차세대 우르스 등은 완전 전기차로 넘어갈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고객을 감동시킬 완벽한 전기차를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람보르기니는 한국 시장에서 431대의 치량을 판매했다. 전년동기대비 7.5% 늘어난 수치다. 한국 수퍼카 시장에서 람보르기니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윙켈만 회장은 "브랜드 가치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시장의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오더 보다 적게 파는 방식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평균적으로 주문한 뒤 차량인도까지 1년 6개월, 긴 경우는 3년 정도 소요되는데 이런 긴 대기 시간은 중고차 가격을 유지 또는 상승시켜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분당점을 운영하는 람보르기니 두 번째 공식 딜러사인 '이탈리아 오토모빌리'에 대한 파트너십도 기대했다. 앞서 이탈리아 오토모빌리는 기존 '람보르기니 서울'에 이어 지난해 신규 딜러사로 선정됐다. 윙켈만 회장은 "한국 고객들이 늘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물색하던 중 좋은 파트너를 만나게 됐다"며 "단순히 차량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것을 넘어서 모터스포츠 등 람보르기니의 전체적인 문화를 공유하고 브랜드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 자동차 부품사, 배터리 업계와의 협업 기회도 계속 엿보겠다고 밝혔다. 윙켈만 회장은 2020년 람보르기니 회장 취임 후 한국을 두 번이나 방문한 바 있다. 실제 대표모델인 우루스 SE에는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됐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는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협업하고 있다.
윙켈만 회장은 "한국타이어, 삼성SDI는 람보르기니의 중요한 파트너사로서 앞으로 새로운 기회를 통한 한국 기업과 다양한 파트너십을 강구하고 있다"며 "연내 방한해 좋은 기회를 물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분당 전시장 오픈 행사에서는 람보르기니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이자 람보르기니의 베스트셀러 우루스의 가장 강력한 최신 버전인 우루스SE 1가 공개됐다. 분당 전시장은 분당·판교 지역의 랜드마크인 판교 테크노밸리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지상 1층 540.62㎡(약 164평) 규모다.
프란체스코 스카르다오니 람보르기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은 "분당은 한국 IT·테크 기업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으로, 잠재력이 큰 고도로 발전된 지역이라 큰 기대를 갖고 있다"면서 "이탈리아 오토모빌리는 람보르기니가 기대하는 품질과 서비스를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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