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기업용 SSD(eSSD)를 필두로 D램·낸드 플래시 수요가 급증하는 슈퍼사이클(대호황) 초입에 들어서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능력(캐파)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신규 생산 설비를 HBM과 범용 D램 중심으로 꾸리면서 인공지능(AI) 메모리 올인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첫 팹(반도체 공장)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025년 3월 용인 클러스터 첫 팹을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투자액에는 1기 팹과 함께 용수·전선·변전 등 클러스터 초기 운영에 필요한 각종 건설 비용이 포함됐다.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은 AI칩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 등 차세대 D램 양산에 최적화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청주에 M15X팹을 짓기로 한 바 있다.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M15X팹도 HBM 양산에 최적화했다.
SK하이닉스가 신규 팹을 모두 HBM 양산에 최적화하는 이유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HBM 등 AI 메모리가 이끌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진행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고객 맞춤형 메모리인) HBM은 범용 D램과 달리 투자 과잉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생산능력 확대로 인한 시장의 D램 공급 단가 하락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HBM3E(5세대) 출하량이 HBM3(4세대)를 크게 넘어서면서 HBM3E는 올해 전체 HBM 출하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능력과 1b나노(10나노급 5세대) D램칩 전환 투자를 기반으로 HBM3E 공급을 빠르게 확대해 HBM 매출을 작년 대비 300% 이상 늘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HBM은 다이 사이즈 페널티(칩 사이즈 증가)가 커서 범용 D램처럼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나지 않는 것도 SK하이닉스가 신규 팹을 HBM에 '올인'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다운턴(불황)이었던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43조5670억원과 47조8717억원의 설비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지난해 48조3723억원를 투자하며 D램·낸드 생산능력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신규 팹인 평택 4공장(P4)을 HBM 위주로 구성하진 않을 방침이다. 다만 낸드·파운드리 대신 범용 D램 중심으로 팹을 운영함으로써 HBM 생산 확대에 따른 범용 D램 공급 부족(쇼티지) 상황에 대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P4에는 현재 낸드 생산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추가 투자를 더는 하지 않는다. 대신 범용 D램 생산 설비를 내년부터 반입할 것으로 보인다.
HBM3 D램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삼성전자 HBM3E D램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범용 D램 생산 라인을 HBM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오는 31일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생산 라인 투자 확대에 관한 구체적인 발언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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