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공급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 자체가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집값 상승세가 빠르게 식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장기적인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공존한다.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정부의 공급 정책, 가격 상승 폭 등 여러 변수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상승장 초입"···'공급 축소·금리 인하'에 내년에도 수도권 '강보합' 이어질 것
30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향후 주택시장 의견을 취합한 결과 최소 올해 말에서 내년까지는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지역 상승세가 거의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고 거래량도 회복세여서 서울에 한해서는 '추세적 상승'에 임박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장에 큰 변화가 없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 추세가 내년까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역시 공급 위축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맞물리며 시장 회복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 주택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기 당시 고점을 찍은 후 하락했던 아파트 가격이 신축을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축 아파트에 대한 시장 수요가 수년 간 매우 커졌기 때문에 회복세도 빠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2만5567가구로 전년 대비 40.2% 급감했다.
내년쯤에는 현 집값 상승 추세가 수도권으로도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2021년 집값 상승기와 비교할 때 정부의 가격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 상급지가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미 상승 초입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며 "그간 고금리 여파로 억눌렸던 실수요가 분양가 상승과 전세 시장 불안으로 아파트 매매시장으로 향하면서 추세상 내년 상반기 수도권 전역으로 가격 상승세가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 역시 집값 상승 추세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가격 상승에 이어 금리 인하도 시기 문제일 뿐 사실상 예정돼 있고, 선행 지표인 거래량도 늘어나 집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이미 수도권은 상승 초입이며 상승 폭은 다르겠지만 지역별 상승 패턴은 지난 집값 급등기와 유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활황기와 달리 실수요자 중심···"정책 내용·전세 둔화에 영향 받을 것"
다만 2021년 집값 급등기와 달리 시장 상황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한 전세 가격이 둔화되면 집값 상승세도 올해 4분기 이후 상승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다.
채상욱 커넥티트그라운드 대표는 "비아파트 월세화는 지난해부터 심화됐는데 올해 말 임대차 기간인 2년과 얼추 맞아떨어져 전세 불안이 완화될 소지가 있다. 신축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도 연말 이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최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이 불붙은 집값 상승세를 잡기엔 역부족이란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2029년까지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크게 저렴한 23만6000가구, 올 하반기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 택지도 2만가구 이상 추가로 각각 공급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또 8월 중으로 추가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정부의 공급 대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면서도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향후 정책 규제나 강도에 따라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요자 중심인 현 시장에서 향후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 폭이 더 커지면 거래량은 반대로 둔화될 가능성이 있어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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