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 야당의 법안 강행,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발목잡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해당 법안 폐기, 거대 야당의 법안 재발의라는 악순환에 얼룩지고 있다. 여야의 소모적인 대립과 감정 싸움에 민생과 경제 법안은 신음하고 있다.
국회는 30일 오전 본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야당 주도 표결로 강제 종결시킨 뒤, 오전 9시 11분 재석 의원 189명 전원 찬성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 반대한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강행했고, 국민의힘은 각 법안 별로 대응해 25일부터 30일 오전까지 5박 6일간 111시간 27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는 2016년 192시간 25분을 기록했던 테러방지법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록이다.
그러나 야당은 24시간이 지나면 토론종결권을 활용해 여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로 끝내고 각각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 규탄대회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부결된 법안을 (야당이) 또다시 일방으로 밀어붙인 이상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를 건의할 것"이라며 "결단코 방송장악 악법이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 역시 "이미 폐기된 법안에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법 개정안까지 포함해 강행 처리된 상태"라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변경과 관련한 제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인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모든 의원이 출석한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이 108석을 차지하고 있어 이탈표가 없다면 자동 폐기된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본회의 산회 전 윤 대통령에게 "오랜 토론으로 이뤄진 중요 결정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신중히 할 걸 요청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권력은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다. 권한이 큰 쪽은 여지를 안 두면 대화 타협의 여지가 닫힌다"며 "대통령실이 입법부 수장의 제안마저 거부하는데 다른 어디서 갈등을 중재하려 나서겠느냐"고 호소했다.
야당은 이르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민생회복지원금법' 강행 등을 예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방송 4법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를 실시해 맞불을 놓을 방침이다. 다만 여야 정치권 일각에선 '언제까지 소모적인 싸움을 반복해야 하는가'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주 부의장은 야당의 방송 4법 강행 처리에 반대해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했고, 우 의장과 민주당 소속 이학영 부의장이 번갈아 가며 본회의 사회를 봐야 했다. 야당에서는 국회법에 규정된 합법적 절차인 필리버스터 사회 자체를 거부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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