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의 구영배 대표가 사태 해결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최대 80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재 집계된 피해금액이 최소 수천억원인 데다가 이마저도 모두 정산에 사용할 수는 없어 피해를 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지적이다.
구 대표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800억원을 모두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놓겠다"고 이같이 말했다.
구 대표는 지난 2월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위시'의 인수 대금에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쓴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인수 자금이 어디에서 나왔느냐는 질의에 "현금으로 들어간 돈은 4500만 달러이고, 일시적으로 티몬과 위메프 자금을 동원했다"고 답했다. 다만 이 자금은 한 달 내에 바로 상환했으며, 이번 정산 지연 사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의원들은 큐텐그룹과 티몬·위메프의 미정산금 상환 의지에 대한 진정성 문제도 지적했다. 구 대표는 본인의 사재를 털어서라도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힌 지 6시간 만에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채권이 동결돼 피해액 환불이 어려워질 수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금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을 구 대표가 인지했음에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한 것은 의도된 사기행위"라며 "비열한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고의 부도와 폰지 사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도 구 대표와 관계자들은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관련부처에서는 티몬·위메프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방위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큐텐 자금 추적 과정에서 드러난 강한 불법의 흔적이 있어서 검찰에 수사의뢰를 해놓은 상태"라며 "주요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의를 신뢰해야겠지만 최근 관계상에서 보여준 언행에서 '양치기 소년' 같은 행태들이 있었다"며 "현재 20여 명의 인력을 동원했고, 검찰과 공정위에서도 인력을 파견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당초 7명으로 구성된 검사반에 자금추적 전문가를 추가 합류시켰으며, 이날부터 배송 정보 전산자료를 분석할 별도 검사반 6명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이후 두 회사의 판매자 미정산 금액을 2134억원(25일 기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산기간 미도래 거래분이 있어 총 피해금액은 1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관련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현재 약 626억원이 환불 대기 상태"라며 "업계, 은행, 신용카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원활한 환불 처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원의 대책반과 함께 실무대응팀을 꾸려 8월1~9일 여행과 숙박, 항공권 분야에 집단분쟁 조정신청을 접수하고 민원접수창구도 지속 운영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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