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역대 최고'라고 평가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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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4-07-3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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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주영섭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26일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33회 하계 올림픽인 파리올림픽은 8월 12일까지 17일간 206개국 선수 1만500명이 32개 종목에서 329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파리에서 1900년, 1924년에 이어 세 번째이고 10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어서 프랑스는 파리올림픽을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쏟아부었다. 특히 전례 없는 파격 그 자체로 독창성과 혁신성이 돋보인 개막식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 선수단 입장 시 북한으로 소개하는 있을 수 없는 황당한 실수로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산 것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높은 차원의 훌륭한 개막식이었다는 평가가 국내외로 지배적이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의 어처구니없는 대형 실수에 대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로 직접 사과하고 IOC가 공식 사과 서신을 우리 문화체육부와 대한체육회에 보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에 우리 국민들도 대범하게 넘기고 세계인을 감동시킨 올해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우리에게 준 시사점을 살펴보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이 왜 역대 최고 개막식 중 하나로 평가받을까? 먼저 뛰어난 독창성과 혁신성 때문이다. 과거 올림픽 개막식이 모두 주경기장에서 열린 반면에 파리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주경기장을 벗어나 센강의 오스테를리치 다리에서부터 강을 따라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정원, 콩코드 광장을 거쳐 에펠탑을 마주보는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파리의 명소 전역을 개막식 장소로 삼았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이 혁신적 기획과 연출에 따라 각국 선수단은 국가별로 94척에 달하는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보트에 타고 센강을 따라 6㎞를 이동하면서 입장식을 진행했다. 선수들은 보트에 탑승하여 주경기장이 아닌 파리의 세계적 랜드마크 명소와 경기장을 즐기며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선수단 입장식이 진행되는 동안 센 강변의 주요 명소에서는 클래식, 팝, 힙합 등 음악, 발레, 패션쇼와 같은 수많은 공연이 펼쳐지며 지루하기 쉬운 개막식을 센강 전역에서의 다양하고 화려한 매머드 버라이어티 쇼를 방불케 하여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마지막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성화대도 역시 독창성과 혁신성이 돋보인다. 과거 올림픽의 성화대가 보통 주경기장 내에 설치된 고정된 구조물이었으나 파리올림픽의 성화대는 파리의 명소인 루브르 박물관과 콩코드 광장 사이의 튈르리 정원에 설치된 30m 높이의 열기구에 매달린 직경 7m의 링 모양 부유식 구조물이다. 1783년 프랑스 과학자 자크 샤를이 최초로 수소 열기구 비행을 성공시킨 틸르리 정원에 성화대를 설치함으로써 프랑스의 기술력과 혁신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3년에 걸쳐 개발한 성화대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올림픽 취지에 맞게 화석연료를 사용한 실제 불꽃 대신 인공 불꽃을 사용한다. 성화대 링에 장착된 200개의 고압 노즐이 만든 수증기 안개를 40개의 LED 프로젝터로 비추어 불꽃 효과를 낸다. 낮에는 퇼르리 정원 연못 위에 내려왔다가 밤이면 60m 상공으로 달처럼 부양하여 파리 전역에서 볼 수 있다. 성화대에 사용되는 전기는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충당된다.
 
다음으로 개방성과 포용성이다. 파리올림픽은 처음부터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슬로건으로 치밀한 기획이 이루어졌다. 올림픽 주경기장이 아닌 센 강변에서 열린 개막식도 같은 취지다. 주경기장의 수용인원인 6만명이 참여하는 개막식이 아니라 센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30만개의 관람석과 파리 전역에 설치된 80개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약 60만명의 파리 시민과 관광객이 현장에서 즐기는 개방된 개막식으로 변모시켰다. 자국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과거 올림픽과 달리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가 프랑스어로 프랑스 가수 지지 장메르의 노래를 부르고, 캐나다의 팝스타 셀린 디온이 온몸이 굳어지는 희소병을 이겨내고 프랑스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 ‘사랑의 찬가’로 감동의 개막식 피날레를 장식한 것 등은 프랑스의 개방성과 포용성,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려는 주최 측의 치밀한 의도다. 성화 봉송도 남달랐다. 루브르 박물관 입구에서 시작된 마지막 성화 봉송 단계에서 성화 주자들이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씩 합류하여 함께 달리는 모습으로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포용 정신을 담았다. 특히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 선수들이 의족을 달고 함께 성화를 봉송하는 장면, 프랑스에 생존해 있는 100세의 최고령 메달리스트가 휠체어에 탄 채 성화를 받아 마지막 주자인 페레크와 리네르에게 넘겨주는 장면 등은 가슴 뭉클한 포용성의 절정이었다.
 
아울러 1만500명의 선수단도 남녀 비율을 50대 50 동수로 맞춘 사상 최초의 성평등 올림픽으로 기획된 점도 포용성의 좋은 예다. 이를 위해 IOC는 여성 출전 종목과 혼성 종목을 대폭 늘렸다. 과거 올림픽에서는 남자 마라톤이 대회 마지막을 장식했지만 파리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이 된 여자 마라톤으로 올림픽의 대미를 장식한다. 개막식에서도 웅장한 그랑 팔레의 옥상에서 프랑스 성악가 악셀 생 시렐이 34명의 여성 합창단과 함께 프랑스 국가 ‘라마르세예즈’를 힘차게 부르고 프랑스의 여권 신장에 기여한 각계 여성 리더 10인을 선정하여 헌정하고 칭송하는 장면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양성 평등을 주도하며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저탄소 친환경을 추구하는 점이다. 경기장은 대부분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신축 경기장은 2곳으로 줄여 탄소 배출을 최소화했다. 파리의 대표 관광명소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친환경과 동시에 관광 홍보도 극대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그랑 팔레는 펜싱과 태권도, 앵발리드 군사 박물관은 양궁, 에펠탑 앞 샹드마르스 공원은 비치발리볼, 베르사유 궁전은 승마와 근대 5종 경기. 콩코드 광장은 스케이트보드, 3대 3 농구, 브레이킹, 센강은 철인 3종(트라이애슬론) 경기장으로 활용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이 많은 콘크리트 대신 재활용 가능한 나무로 임시 경기장을 지었다. 선수촌 건물도 최대한 친환경을 추구하여 저탄소 콘크리트, 재활용 건축자재, 재활용수를 사용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에어컨 대신 물을 활용한 냉방 시스템을 채택하였는데, 이에 대한 선수단의 불만과 논란이 있으나 ‘지구가 없으면 스포츠도 없다’는 인식을 세계인에게 심어주려는 의도는 높이 살 만하다.
 
이 밖에도 프랑스가 파리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자유, 평등, 박애로 대변되는 프랑스 정신과 문화, 예술, 역사를 융합하여 파리 명소를 배경으로 세계인에게 프랑스의 진면목을 알리는 데 주력한 것도 역대급 개막식에 크게 기여했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은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독창성 및 혁신성, 개방성 및 포용성, 지속 가능성 및 친환경, 정신·문화·예술 융합이 잘 어우러진 한 편의 멋진 교향곡이었다. 결국 우리가 세계를 주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사점과 교훈을 던진다. 즉, 대전환 시대의 시대정신인 지속 가능성, 특히 환경 및 사회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방향을 세계인에게 제시해야 한다. 파리올림픽을 이를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길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전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 회장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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