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실적을 발표한 인공지능(AI)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업체 AMD는 웃었고, 이들의 칩에 기반해 AI 서비스를 운영 중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쓴웃음을 지었다. AMD는 전년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급등했지만, MS는 AI 인프라 투자를 늘려 실행한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AI 서비스 업체들 역시 향후 실적이 당분간 어두울 거란 예상도 나온다.
미국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AMD는 2분기 AI칩 매출이 1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AMD의 2분기 매출은 58억4000만 달러(8조745억원)와 주당 순이익(EPS) 0.6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예상치인 매출(57억2000만 달러)과 주당 순이익(0.68달러)를 모두 웃돈 것이다. 아울러 AMD는 3분기 매출이 67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는데, 이 역시 시장 예상치인 66.1억 달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엔비디아에 이어 AI 칩 시장 2위업체인 AMD는 이번 분기에 AI칩 등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115% 늘어난 28억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조사한 월가의 예상치는 27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선 수치이다. 이에 대해 AMD는 이번 분기 AI GPU 출하량이 급증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또한 PC를 포함한 클라이언트 부문 매출 역시 1년 전보다 49% 늘어난 15억 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인 14억3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PC 시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에서 회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CNBC는 분석했다. 다만 게임 콘솔용 칩과 3D 그래픽용 GPU를 포함한 게임 부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줄어든 6억4800만 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6억7600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실적 실망
반면 AI칩을 구매해야 하는 입장인 MS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며 다소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놨다. MS는 지난 2분기 매출과 EPS가 각각 647억 달러, 2.95달러로 예상치(634억9000만 달러, 2.93달러)를 소폭 상회했지만 클라우드 시장 성장세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인텔리전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28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조사업체 스트리트 어카운트가 조사한 전문가 전망치인 286억8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애저 등 클라우드 서비스 분기 매출은 29% 늘었지만, 예상치(31% 증가)와 차이를 보였다. MS는 애저 등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성장분 29% 가운데 8%가 인공지능(AI) 서비스에서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MS는 AI 인프라 확장에 필요한 설비 투자가 78%가량 대폭 증가한 터라, 전망치에 못 미친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실적은 투자자들을 불안케 했다.
이날 MS의 부진에 주목하는 건 최근 뉴욕증시에서 빅테크 주식들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대규모 AI부문 투자의 '청구서'를 살펴보고 있다. 실적이 뒤따르지 않는 투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3일 실적을 발표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 역시 AI 관련 설비 투자 규모가 예상치를 8% 초과한 132억 달러에 달하면서 수익성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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