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달 1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적용 예정이었던 대중국 고율 관세를 최소 2주 미루기로 했다. 자국 업체들의 관련 의견을 수렴하는 데 있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발표 시점이 '포스트 바이든'으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한 시점과 겹치면서 해리스 부통령의 무역 정책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대중 관세와 관련해 제출된 1100건의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중국 관세 연기 이유를 밝혔다. USTR에 따르면 대중국 관세 최종안은 8월 중 발표되고, 발표 약 2주 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월 오는 8월 1일부터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패널, 핵심 광물, 철강, 크레인 등 180억 달러(약 24조85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관세가 현행 25%에서 각각 50%, 100%로 인상되는 등 당장 8월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가 시행될 예정이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연기 결정은 미국 기업들의 반발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미국 항만협회(AAPA)를 비롯해 캘리포니아·플로리다·사우스캐롤라이나·텍사스·버지니아주 내 항구 운영자들은 지난달 캐서린 타이 미 USTR 대표에게 서한을 보내 대중국 관세 조치에 항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크레인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항구 운영 비용이 1억3000만 달러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 저하로 화물이 캐나다·멕시코로 향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관세 인상을 앞두고 미국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주문을 늘리면서 6월 중국의 수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당시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월 중국 수출이 '깜짝' 성장한 데 대해 “최근 몇 달간의 중국 수출 증가는 8월 발효되는 미국의 관세 인상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제조업체들이 선적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급부상하는 시점에 대중 관세가 연기되면서 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는 "이번 (관세 연기) 발표가 민주당 대선과 연관됐단 암시는 없었지만, 해리스의 대중국 무역 정책이 어떠할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견제'를 위해 대중국 강경노선을 취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대표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쉬 선임자문관은 "부통령으로서든 상원의원으로서든 해리스는 (그동안) 무역정책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하지 않았다. 이는 해리스에게 (무역 정책이) 최우선순위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면서 "하지만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역 문제를 제기한다. 이는 해리스가 선거 운동 기간 이에 대응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경 노선을 표방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