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도 없는데 들이닥쳐 구호 외친 전삼노…"이재용 직접 파업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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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입력 2024-08-0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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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 회장 자택 집결

  • 필름 공정 생산차질·사내 부당노동행위 사례 공개

  • 경찰 "기자회견에 구호 제창은 미신고 옥외 집회"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의 파업 해결 방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조합원들이 이재용 회장의 파업 해결 방안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민우 기자]

"이재용 회장은 본인이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야 한다. 지금 삼성의 위기 속에서 그룹의 오너는 아무런 메시지를 주고 있지 않다. 이번 사태는 온전히 이재용의 책임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의 손우목 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을 참관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는 16여명의 전삼노 조합원들이 운집했으며 회견 도중 구호 제창과 격한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회견은 △대회사 △부당노동행위 사례 △교섭경과 및 결렬사항 △향후 투쟁 계획 △결의문 낭독 순으로 진행됐다.

손 위원장은 "2020년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동3권을 인정하고 무노조 경영을 철폐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지금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일방적인 통보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지금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술이나 마시고 있다"며 이 회장을 비판했다. 

그는 최근 전삼노가 2년간의 임금교섭 합의 조건으로 요구했던 패밀리넷 포인트 200만원 요구안에 대해 "회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큰 결단을 세웠는데, 일부 언론이 우리를 되팔이범으로 몰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성과급 지급 제도와 베이스업(공통 인상률) 0.5%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성과급의 경우 예상할 수 있게 제도를 투명화해 달라는 것이고, 0.5% 인상도 월급 기준 평균 3만4000원 수준이다"라며 "돈을 더 달라는 게 아니라 삼성전자에 헌신했던 우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노는 반도체 생산공정 중 필름 공정에서 1000LOT(로트) 정도가 대기 중으로 이미 차질을 빚고 있다며 생산차질 사항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김재원 전삼노 화성대의원은 "반도체 공정은 기능검사가 필요한데 현재 정확한 계측이 안 되고 있다"며 "웨이퍼 불량이 판단이 안 된 채 생산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조기술센터에서 이미 문제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고 있다. TAT(실리콘 웨이퍼가 공정 과정을 거쳐 반도체 칩의 형태로 나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가 3주가량이라 20여일이 지났으니, 곧 문제가 드러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품질 불량 발생 시 재고가 있는 메모리는 대응할 수 있을지 몰라도 파운드리는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부당노동행위 사례에 대해 내부에서 여러 증언과 녹취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파트장이 파업에 참여하면 근무 평가에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는 녹취록을 확보했다며 여기에 기술팀 등 회사 측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합원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일부 그룹장은 노조원이 노조 활동을 위해 사내시스템에 쟁의 근태를 입력했음에도 무단결근 처리하거나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사내 메신저 단체방에서 강제퇴장시켜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1500만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미국 전기통신노조와 연대해 미국 상무부에 전삼노의 상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도 노동조합 결성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길어지면서 격한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이 부위원장은 "30년 반도체 1위는 이 회장이 만든 게 아니다"라며 "그자는 감옥에 있었고 노동조합을 탄압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삼성의 단체급식, 식자재유통 및 그룹 사내 쇼핑몰 운영 업체인 삼성웰스토리의 수익금이 결국 이 회장에게 간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삼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임직원들이 임금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손실금을 보상하라는 것은 명백한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런 점들을 고려해 오늘 저녁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지침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전삼노는 앞서 지난 7월 8일부터 25일째 무기한 총파업을 진행 중이며, 사측의 제안으로 29일부터 사흘간 집중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끝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날 '삼성전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삼노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은 3만6340여명에 달하며 증가 중이다. 이는 전체 임직원 수인 약 12만명의 30%에 달하는 숫자다. 

전삼노는 향후 투쟁 계획에 대해 △현장 장악력 강화·챌린저(대의원 대리) 제도 도입 △쟁의기금 마련 △시민·사회·인권단체, 학계, 법조계, 국회와의 연대 △산업재해 은폐에 따른 집단 산재 추진 등을 골자로 내세웠으며 오는 5일 국회에서 추가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이나, AI 붐으로 반도체 업계가 경쟁력 확보에 사생결단을 하고 있는 마당에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외 언론도 이번 파업을 주목하고 있는 만큼, 삼성을 넘어 국내 경제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개인 총수의 집에 가서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일종의 '자해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기자회견은 구호를 제창할 수 없으나, 구호를 제창했으므로 이는 미신고 옥외집회에 해당한다"며 "이에 대한 법적 처벌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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