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유전·가스전 개발(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몰두한 나머지 공급망 위기 대응과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해외유전 개발은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은 481억원으로 지난해(301억원)보다 59.8% 늘었다. 국내유전개발 사업비는 418억원으로 전체의 87%에 달하는 반면 해외유전개발은 63억원으로 13%에 불과하다.
두 항목의 비중 변화가 극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해외유전개발 사업비는 지난해 180억원에서 올해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해외유전개발 사업비가 큰 폭으로 줄어든 데 대해 석유공사 측은 해외유전 지분 매입이 불발된 데 따른 감액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업부의 유전개발사업 출자 예산 301억3000만원 중 156억900만원만 집행되고 145억2100만원은 불용 처리됐다. 석유공사는 하루 생산량 3500배럴 규모의 석유 자원 확보에 나섰지만 다양한 이유로 무산됐다.
A 사업은 지난해 11월 매도사가 지분 매각 계획을 철회했고 B 사업은 같은 해 3월 석유공사가 제안한 가격보다 높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매입자와 계약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C 사업의 경우 석유공사가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4월에도 매입을 제안했으나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인수 희망자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공사의 재무구조 악화와 고가 매입 이슈 등을 고려해 무리한 자산 인수를 지양했다는 입장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라 해외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탐사에 다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공사는 2010~2013년 해외유전 투자에 나섰다가 상처를 입은 바 있다. 고유가 시기에 높은 값으로 지분을 매입한 탓에 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유전개발사업 예산 배정에서 소외되다가 지난해 어렵게 예산을 확보했는데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올해 대폭 삭감됐다.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유가가 오르던 시점에 잘못된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별개로 해외유전 개발과 관련해서도 세밀하고 중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윤성식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석유공사 사업이 불발된 것은) 고유가 등 요인도 있지만 당초 해외유전 자원 확보에 대한 중장기 전략 없이 단기적인 시각에 근거해 매입을 추진하면서 발생한 문제"라며 "전략적인 투자와 사업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