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 침체 우려에 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거세지는 가운데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폭을 확대한 '빅컷'을 실시하거나, 심지어는 비정례 회의를 통해서라도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7월 비농업 취업자 수는 11만4000명 증가에 그친 가운데 예상치(18만5000명 증가, 다우존스 기준)를 크게 밑돌며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3년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7월 실업률은 4.3%로 예상치(4.1%)를 상회하며, 역시 팬데믹 당시인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비농업 고용지표는 미국 근로자 약 80%의 동향을 집계하는 경제 지표로, 미국 경제 전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주요 가늠자로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1일 발표된 미국 7월 ISM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 우려를 더했고, 이는 지난 2일 글로벌 증시의 폭락 사태를 야기했다.
영국 온라인 금융 플랫폼업체 AJ벨의 루스 모울드 투자 책임자는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투자자들이 겁을 먹었다"며 "이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 이유가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에게 일깨워줬다"고 평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연준과 파월 의장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에 지나치게 신중한 나머지 고금리 기간을 장기화시키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미국 경제로 돌아올 판국이기 때문이다.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주 열린 정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고용 시장 정상화의) 신호가 좀 더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가 우리가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적절한 여건일 것"이라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에 지난 수개월간 금리 인하를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 매사추세츠)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에 올린 글을 통해 "파월 의장은 (이번에) 금리 인하를 하지 않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며 "그는 이미 과도한 기다림은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경고를 여러 차례 들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연준이 미국의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오는 9월 정례 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폭을 당초 예상치인 25bp(1bp=0.01%)에서 50bp까지 늘리고, 나아가 필요시에는 비정례 회의를 통해서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베로니카 클라트 씨티그룹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9월에 50bp 금리 인하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연준이 9월과 11월에 각각 50bp(1bp=0.01%)씩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위험 관리 측면에서 볼 때 연준이 (다음번 FOMC 회의) 9월 18일 이전에라도 행동에 나서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비정례 회의를 통해 금리 인하를 단행한 가장 최근의 경우는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이었다.
한편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 클라우디아 삼 박사가 고안해 낸 '삼의 법칙(Sahm's Rule)'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경기 침체로 진입한 상태이다. 삼의 법칙은 최근 3개월 실업률 이동평균치가 지난 12개월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 침체로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일반적인 경기 침체 기준으로 평가받는 2분기 연속 국내 총생산(GDP)의 마이너스 성장과는 차이가 있지만, 1970년 이후 모든 경기 침체를 예측했다는 면에서 높은 예측 정확성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정작 삼 박사는 비농업 고용 지표 발표 후 "나는 지금 우리가 경기 침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렇게(경기 침체에 빠진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무도 패닉에 빠질 필요가 없다"고 포춘지에 말했다. 그는 가계 수입과 소비자 지출 및 기업 투자 등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번에는 (삼의 법칙이) 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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