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검은금요일(8월 2일)에 이어 검은월요일(8월 5일)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가 지표로 확인되며 경기 침체 진단에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엔화 가치가 급등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
4일 증권가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확대된 시장 변동성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9월인데 경기침체 우려는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제 경기침체가 일어나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 지수 반등이 시작될 수 있지만, 이제 막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9월 FOMC 회의까지 금리와 주가 변동성만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급락한 주가에 이미 9월 금리 인하가 선반영 됐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는 미국의 9월 금리 인하가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이라며 "9월 인하가 선반영된 상황에서 경기둔화 지표가 경기침체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일 코스피는 2676.19로 마감하며 3.65% 하락했고 코스닥은 779.33으로 마감하며 4.2% 급락했다. 같은 날 뉴욕증시에서 다우는 1.51%, S&P500은 1.84%, 나스닥은 2.43% 각각 급락했다.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이 더 컸던 이유는 외인들의 대량 매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인들은 지난 2일 코스피에서 8449억원, 코스닥에서 1505억원 등 1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외인투자자들의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강세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해 미국 채권 등 고금리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거래 방식이다. 금리가 올라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환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엔화로 투자한 자산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라 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은 성명서 발표 때까지 152엔에서 지지됐으나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기자회견 후 곧장 하향 돌파했다"며 "본격적인 엔 캐리 청산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에도 코스피 낙폭이 컸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 구간은 총 5차례다. 1차(1998년 4~10월), 2차(2002년 2~8월), 3차(2008년 5~10월), 4차(2015년 11월~2016년 2월), 5차(2020년 1~6월)이다. 이 기간 코스피의 고점 대비 낙폭은 1차 -38.9%, 2차 -15.9%, 3차 -56.7%, 4차 -10.9%, 5차 –35.7%로 모두 급락했다.
국내 증시를 좌우해온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크다.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코스피가 하락할 때 매도 주체에서 외국인이 차지한 비중은 2차 65.4%, 3차 78.6%, 4차 94.7%, 5차 79.5%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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