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회 개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 사퇴를 하기 전 내달 초 ABC 방송에서 토론하기로 합의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최 방송사를 바꾸고 청중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이 반발하자 그는 아예 선거 전 토론을 하지 말자는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해리스 부통령과 내달 4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TV토론을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앞서 후보직을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과 내달 10일 개최하기로 한 ABC방송 토론회는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는 보수 성향 매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보도를 하는 매체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논객 터커 칼슨도 폭스뉴스의 전 진행자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 대한 본인 요구사항을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그는 이전에 합의한 ABC방송 주최 토론회는 그가 ABC방송과 소송 중이므로 이해 상충 사건에 해당된다며 진행을 거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 ABC뉴스와 소속 앵커를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이 '거절' 의사를 보이면서 양측의 토론이 무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해리스 부통령은 3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제, 어디서나' 토론을 환영한다던 기존 생각을 뒤집었다며 "나는 그(트럼프)가 동의한 대로 9월 10일 거기(ABC 주최 토론)에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해리스가 '진짜 토론'을 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며, 9월 4일 토론에 합의하지 않을 때 아예 토론하지 않겠다고 통첩을 날렸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의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도 토론에 불참한 바 있다. AP통신은 이날 "11월 선거 전에 두 후보가 무대에서 맞붙을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분간 토론에 나설 의지를 내보이지 않고 있다. 그는 2일 공개된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본인이 여론 조사 상 앞서고 있다며 해리스와 토론할 의사는 있지만 "모두가 그녀를 알고, 나를 안다"라며 당장 토론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에서는 '토론 회피' 프레임을 씌워 공세에 나서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일 NBC 뉴스 인터뷰에서 "그(트럼프 전 대통령)는 해리스와 토론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고 비판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MS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토론회 회피하는 행보는 "그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유력한 부통령 후보로 알려진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 주지사도 이런 비판에 합세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상대 후보 비방 등 전반적 전략을 재수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최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출신 인종'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가 인종적 갈라치기를 부추긴다는 역풍을 맞았다.
해리스 부통령이 인도계 흑인 출신이라 '흑인' 정체성을 대표할 수 없다는 식의 비판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공화당 전략가 릭 타일러는 WSJ에 "인종차별 전략은 공화당과 미국의 시민적 참여에 건강하지 않고, 캠페인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미국 ABC 방송에 따르면 2일 기준 전국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5% 지지율을 기록해 43.5%를 달성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오차 범위 안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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