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역할 변화의 시간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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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입력 2024-08-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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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주재우 경희대학교 교수]
 
지난 7월 22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포기했다. 그의 임기 동안 외교 성과를 평가하기에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긍정적인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그의 행정부 출범과 함께 적극 추진한 인도·태평양 전략(‘인태전략’)과 쿼드(QUAD), 오커스(AUKUS) 등 일련의 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를 확립한 점이다. 즉, 역내에 장기간 존재한 양자 중심의 동맹체제를 동맹과 동맹 간 군사 협력 관계로 전환하는 소다자주의 군사 협력체를 수립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억제하는 데 부족한 능력을 절충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시대의 동맹과의 군사적 ‘통합(integration)’과 ‘확장(extended)’ 목표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중국에 대한 억지력 강화 분위기가 초당적인 상황에서 11월 미 대선 이후 차기 정부도 소다자 중심의 인태전략을 계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후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 조정에 대한 주문 역시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하다.

미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양자 중심의 동맹체제를 개편하는 데 집중했다. 그 중심에는 일본이 있고, 일본을 중심으로 역내 동맹국 간의 군사 협력 관계를 확대해 왔다. 이의 발단은 2010년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분쟁의 심화였다. 중국의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강화되면서 미국의 공식 입장 발표를 유발했다. 2014년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센카쿠열도가 양국 안보 조약의 대상임을 처음 밝혔다. 이를 토대로 2015년 4월 미·일 방위 가이드라인 2차 개정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일본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명문화되었다. 2021년 4월 미·일 정상회담 공동문서에는 1969년 이후 52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이라는 내용을 담아냈다. 2022년 5월 미·일 정상은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선언했다.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지휘·통제구조의 현대화와 양국 군의 상호운용성 및 계획 개선을 발표했다. 지휘·통제 체계 개편은 평시와 유사시 양국 군 사이 상호운용성·계획을 목표로 한다. 이는 주일미군사령부와 일본이 신설하는 육·해·공 자위대 통합작전사령부 간 작전 역량의 연계 강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미·일의 ‘군사적 통합’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구체적 조치로 양국 정상은 미사일 등 첨단 무기의 공동 개발·생산을 추진할 방위산업 협력·획득·지원 포럼(DICAS)의 창설에도 합의했다. 미·일의 군사적 통합과 확장의 기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은 동맹 간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중재 역할을 적극 나섰다. 2007년 3월 ‘안전보장협력에 관한 일·호 공동선언(일·호 안보공동선언)’ 발표 이후 양국의 군사관계는 정체되었다. 2022년 10월에 중국의 군사적 부상 대응을 위한 양국의 새로운 안보 협정이 체결되면서 부활했다. 이에 힘입어 일본의 오커스(AUKUS) 가입에 관한 협상이 올해 4월부터 시작되었다. 현재로서 일본은 첨단 군사기술 분야에서 협력국으로 참여하는 자격을 획득했다. 미국과 일본은 필리핀과도 지난 4월에 첫 3국 정상회담을 했다. 이미 진행된 3국의 연합군사훈련의 당위성과 목적을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이 밖에 일본은 2023년에 영국과 호주와 원활화협정(RAA·상호접근협정)을 각각 체결했다. RAA는 훈련 시 군의 상호 입국 절차 간소화와 시설 사용 및 무기와 탄약 휴대를 허용하는 협정이다.

미국이 이처럼 인태 지역 국가들 간에 군사협력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이유와 목적은 당연히 중국의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적 이유로 그 당위성과 정당성을 설득할 수 없다. 중국과의 이해관계가 미국만큼 중요한 역내 국가들에 중국과 군사적으로 척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 한 수’는 과거 이들이 미국과 체결한 동맹 조약에서 명기한 의무 조항에 있었다. ‘태평양 지역’의 위협과 유사시에 공동 대응하는 조항이었다. 과거에는 군사적 역량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종합 국력,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조항의 즉각적인 실천이 합리적이지 않았다. 중국이 비록 1960년대에 핵보유국이 되었고 공산혁명 수출에 주력했음에도 재래식 군사력과 국력이 취약했기 때문에 미국의 전략이익에 직접적인 위협 요소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중국의 군사력은 역내 평화와 안정,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가히 위협할 수준에 달한다. 특히 미국의 역내 ‘항행의 자유’ 전략이익에 말이다. 이의 수호 문제는 중국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이 미국에 불리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수적 열세는 가시화되었고, ‘항행의 자유’를 미국이 독자적으로, 독립적으로 수호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동맹조약의 ‘태평양’ 조항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조항을 수면 위로 끌어낸 것이다. 가령, 1951년의 미국·필리핀 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 지역에서 외부의 공격으로 어느 한쪽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전이 위협을 받을 시 협의를 거쳐(제3조) 헌법적 절차에 따라 공동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제4조) 명시한다. 이런 상황을 당사자의 본토 영토뿐 아니라 태평양 내 관할 섬 지역 또는 태평양 내의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력 공격으로 상정했다(제5조).

같은 해 체결된 미국·호주·뉴질랜드 방위조약(ANZUS) 역시 태평양 지역에 대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조항을 포함한다. 동 조약의 제3조는 당사자들이 상기한 바와 같은 위험에 처하면 역시 협의 후 공동 대응하기로 약속했다(제4조). 동 조약의 제5조 역시 그 상황을 당사자의 본토 영토를 포함한 태평양 내의 관할 섬 지역과 태평양 내의 군대, 공공 선박 또는 항공기로 적시했다. 미·일 상호방위조약(1951)은 비록 태평양 지역이 아닌 '극동 지역'을 양국 방위의 지리적 개념으로 설정했다. 당시의 극동 지역의 지리적 개념은 서구의 입장에서 광활하다면 광활하다. 일본의 특수한 지리적 형태와 위치 때문이다. 열도를 중심으로 북서 태평양 지역은 물론 동중국해와 제1도련선과 제2도련선 사이를 포함할 수 있는 유권적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만과 미국의 방위조약은 미·중 수교로 폐기되었다. 그럼에도 미국이 대만의 방어 의지를 갖는 데는 과거 동 조약에 방위 개념과 인식이 기초하기 때문이다. 1954년 미국과 대만이 체결한 방위 조약은 서태평양 지역을 관할 범위로 설정했다(제5조). 미국의 입장에서 이 지역의 방위 대상은 서태평양에 위치한 미국 관할의 섬 지역을 의미(제6조). 이는 괌과 사이판 등을 암시한 제2도련선에 대한 공동 방위의 의무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1953년에 체결된 한·미 동맹조약도 태평양 지역에 대한 공동의 위협에 대한 대응 조항(제3조)을 포함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만 유사시에 우리의 입장을 밝힐 것을 미국은 주문한다. 역내 미국 동맹이 대부분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이제 미국의 남은 과제는 한·미 동맹을 어떻게 이런 상황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인지다. 한·미 동맹의 주된 목적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지금껏 한·미 동맹은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초점이었다. 여기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이 가진 의도다. 우리의 안보 우려를 확장핵억지력을 실질적으로 절충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핵협의그룹(NCG)의 설립이다. 이의 이면에는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의 역할과 기능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어떠한 행정부가 들어서도 우리가 앞으로 대만을 포함한 태평양 지역에서 한·미 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역할 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시간은 올 것이다. 큰 맥락에서 정부의 ‘글로벌 중추국’ 외교의 사명이 시험대에 오를 것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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