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내 주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장에서 ‘건설사업관리(CM)’ 업체를 사업에 참여시키는 경우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및 공기 지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15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신용산역 북측 제2구역 도시정비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CM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에 나섰다. 해당 사업은 용산구 한강로2가 2-194 일대 약 2만2000㎡ 부지에 지하 5층~지상 33층 아파트 3개동과 업무시설 2개동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앞서 지난 5월 입찰에 나선 신용산역 북측 1구역의 3.3㎡당 공사비는 약 950만원, 인근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의 입찰 공사비 역시 3.3㎡당 약 1070만원에 달한 상황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신용산역 제2구역의 추정 공사비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용산구 일대 정비사업장의 입찰 공사비만 3.3㎡당 1000만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사비 추가 인상 우려에 따라 CM 업체 선정에 나섰다는 것이 해당 조합 관계자의 설명이다.
CM은 조합 대신 전문 업체가 건설공사에 관한 기획·타당성조사 분석과 설계·조달·계약 및 시공관리·감리 등 전반적인 관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CM 업체 도입 시 총액한도보증 등을 활용해 기존 공사비 상한 내에서 사업을 수행토록 할 수 있어 공사비 추가 지출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한국CM협회 관계자는 “조합의 경우 정비사업 추진에서 전문성이 떨어져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증액에 전문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며 “최근에는 일정 규모 이상 정비사업장이라면 CM 업체 참여를 통해 설계변경 검토 등을 맡기는 경우가 상당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내 도시정비사업장 중 CM 업체 선정 입찰에 나선 곳은 △용산 한강맨션아파트 재건축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2구역) 재건축 △잠실우성 재건축 등 주요 사업지를 포함해 총 11곳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입찰에 나선 사업장 수(5곳)의 배 이상이다.
올해도 공사비 인상이 예고됨에 따라 사업비 인상 폭이 클 것으로 전망되는 서울 내 민간 정비사업장들이 CM 업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주거용 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28.87로 3년 전(110.73)보다 18.14포인트(p)나 올랐다.
국내 CM 시장의 규모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CM협회 통계를 보면 국내 CM업체 실적은 2020년 약 7982억원에서 2021년 9024억원까지 상승한 데 이어 2022년에는 1조원을 넘긴 1조1257억원을 기록 중이다.
CM업체의 수수료 요율이 비교적 높지만, 여전히 일반 관련 용역비용 대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공기 단축에도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도입에 나서는 조합이 최근 늘고 있다는 것이 정비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기존에는 공사비 비율 방식을 산정해 3~5%가 CM업체 수수료로 돌아갔는데, 현재는 실비 정액 가산 방식이 도입돼 총 용역 공사비의 4% 수준을 지출해야 해 소규모 사업장이 부담하기는 적지 않은 비용”이라면서도 “전문 업체를 통하면 불필요한 공사 기간 단축과 사업비의 세밀한 조정이 가능해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사업장이 하반기에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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