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최후의 보루' 소비 둔화하나...여행·레저사 실적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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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솔 기자
입력 2024-08-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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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 미국 여행·레저 업계 실적 악화에 "소비둔화 전조"

  • 쌓아둔 저축액 '소진' 후 '지갑 닫아'...투자 큰손 '침체' 우려

  • '투자의 귀재' 버핏은 미국채 대거 보유

숙박업 플랫폼 에어비앤비왼쪽와 디즈니 테마파크 사진AFP 연합뉴스
숙박업 플랫폼 에어비앤비(왼쪽)와 디즈니 랜드 [사진=AFP·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미국 경제를 지켜온 최후의 보루인 소비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고용 지표 악화와 더불어 또다시 '경기침체' 그림자가 드리웠다는 불안감이 표출됐다.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의 "경기침체가 다가온다"는 언급도 불안감을 보탰다.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디즈니 테마파크, 에어비앤비 숙박 임대, 힐튼 호텔 등 미국 내 여행·숙박업 부문 실적은 소비자들의 지출 축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디즈니는 디즈니월드와 디즈니랜드를 포함 자사 공원사업부 영업이익이 3% 감소했다고 밝혔다. 휴 존스턴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에 "식품 물가 상승 등으로 가치를 의식하는 소비자들이 자금 사정을 더 신중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달러' 여파로 해외관광객이 줄었고, 테마파크 내 장난감 등 소비재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다. 이에 이날 디즈니 주가는 4% 이상 빠졌다.

숙박업계 역시 소비 둔화의 타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힐튼 그룹은 여행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연간 수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주당순이익(EPS)은 기존 6.21~6.35달러에서 6.06~6.15달러로 줄고, 객실당 수익률 목표치 상한은 4%에서 3%로 내렸다. 전날 숙박플랫폼 에어비앤비도 성수기인 여름철에 미국인 투숙객 수요가 둔화하는 징후가 나타났다며 연간 매출 증가치를 전년 대비 8~10% 축소된 36억7000만~37억3000만 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인 38억4000만 달러보다 1억 달러가량 하회한 수치다.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뒤 애널리스트에게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 기간 저축한 돈을 소진하고 "가처분소득(고정지출을 제외하고 쓸 수 있는 여유 소득)이 줄고 여행 등 활동을 할 여력이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메리어트 CFO인 리니 오버그도 유사한 평을 남겼다. 그는 미국과 다른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호화로운 저녁 식사나 휴가에 대해 조금 더 (지출에) 신중할 수 있다"며 "미국 소비자는 약간 더 그렇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맥도날드와 프록터 앤드 갬블 등 소비재 대기업 실적마저 악화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항공업계도 여름 잔여 객실 티켓을 소진하려 항공권 가격을 낮추고, 골프 관련 업체 탑골프 캘러웨이 브랜드 등도 골프연습장 방문객이 예상보다 줄었다고 발표하는 등 여행·레저 수요가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FT는 전달했다.
 
소비 둔화 조짐
미국 경제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는 그동안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기간 중 축적한 자산을 버팀목 삼아 견조한 소비력을 보여왔고 이에 미국 경제는 비교적 순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가계는 팬데믹 기간 쌓아둔 저축분을 모두 소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6월 소비자 대출은 89억3000만 달러 늘었는데, 예상치인 100억 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비 여력도, 소비할 의사도 안 보이는 셈이다. 투자사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록은 FT에 "소비자 지출의 점진적인 둔화"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이 가운데 투자업계 큰손들의 행보도 '침체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날 C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35~40%로 희박하고 '경기침체'가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미국 내 친환경사업과 국방비 지출이 늘어날 것을 거론하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 밑으로 낮출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애플 주식 절반을 팔아 눈길을 끈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 국채 보유량을 늘려 시장 불안을 암시했다.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버크셔는 미국 2346억 달러의 단기물 국채를 보유해 1953억 달러를 확보한 연준보다 더 많이 국채를 사들인 상태다.

채권은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및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채권 매입은 경기 둔화 및 침체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버핏이 미국 주식 시장에 투자가치가 있는 곳이 없다는 회의적 시선을 보낸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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