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올 들어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로 몰려간 투자자가 많다. 오는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8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미국 장기 국고채 ETF에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2조9867억원의 순자금이 유입됐다. 설정액에서 환매금액을 제외한 규모다. 미국 장기채 ETF에 돈이 몰리는 건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돼서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은 올라 차익을 누릴 수 있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기준 4.246%에 마감했다. 전월 말과 비교하면 31.2bp(1bp=0.01%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는 채권 투자가 더욱 유리할 수 있다. 금리는 경제가 나빠질수록 가파르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하회했다. 이 수치는 50을 기준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업황이 부진하다는 뜻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그룹(CME Group)의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9월에 50bp 인하 확률은 71%대를 유지했다. 12월까지 기준금리가 100bp 인하할 확률은 43.5%, 125bp 인하할 확률은 35.9%를 기록했다.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하락기에 유리하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듀레이션이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의 변화도 크게 나타난다. 금리가 1% 내려갈 때 듀레이션이 10년인 채권의 가격은 10%, 듀레이션이 1년인 채권의 가격은 1% 상승한다. 금리가 상승할 땐 마찬가지로 듀레이션과 비례해 손실도 커진다.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 H)'가 듀레이션이 26.76년으로 가장 길다. 스트립은 이자를 일정기간 나눠 지급하는 이표채권에서 원금만 있는 채권, 이자만 있는 채권으로 분리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원금 스트립 채권과 이표 스트립 채권이 발생하는데 이 ETF는 원금 스트립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원금 채권이기 때문에 듀레이션이 30년 만기 시점에 가장 가깝다. 그러나 이자를 분리했기 때문에 이자를 받을 수 없다. 다른 ETF가 매달 배당금(분배금)을 받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환헤지(위험회피)를 비롯해 환노출, 커버드콜, 엔화노출 등 전략을 더한 상품들도 있다. 이름 뒤에 '(H)'가 따라오는 종목이 헤지 상품이다. 대표적으로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환노출형인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가 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미국 장기채 ETF 투자 시 고려해야 한다.
엔화 노출로 환차익을 노리는 ETF도 인기다.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H)'은 올해 들어 3152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에도 813억원이 유입됐다. 일본이 기준금리를 높여 엔화 가치가 오르고, 미국이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 달러화 가치 변동과는 무관하게 환차익과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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