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리더십]⑤ 車종주국·신흥시장도 홀린 현대차...정의선 '대륙별 현지화 전략'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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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4-08-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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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DB
[그래픽=아주경제 DB]
 
현대차그룹은 올해(1~6월) 전 세계 시장에서 361만6000대를 판매해 도요타그룹(516만2000대), 폭스바겐그룹(434만8000대)에 이어 글로벌 3위에 올랐다. 이런 저력을 발휘한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있다. 정 회장은 해외 기지에 있는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철저히 그 나라 국민 시각으로 접근하라"고 당부한다. 질 좋은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만큼이나 글로벌 기업이 현지에서 갖춰야 할 애티튜드(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회장은 올 초 인도를 방문해 직원들과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궁극적으로 현지인 삶의 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고민해 달라"고 강조했다. 또 본인 스스로도 "제품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만큼이나 사회공헌,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적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이는 정 회장의 '민심은 곧 천심'이라는 경영 철학을 단편적으로 드러낸다. 재계 관계자는 "제 아무리 막강한 파워를 갖춘 기업이라도 현지인의 환심과 신뢰를 잃는다면 그 땅에 발 붙이기 어렵다는 게 평소 정 회장의 생각"이라며 "시장 동향 파악, 경제적 수준, 국민적 취향은 물론이고 진출국의 미래 세대까지 생각하는 100% 현지화 전략이 현대차의 성공비결"이라고 말했다.

◆"사랑해요 제네시스"···북미 홀린 K-자동차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올해(1~6월) 미국 시장에서 총 81만7804대를 판매했다. 기아 판매량은 38만6460대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2%) 현대차는 43만1344대로 1.3% 증가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42만5847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는데 올해는 이를 넘어섰다. 상반기 제네시스 판매량도 3만1821대에 달해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배경에는 정 회장의 결단으로 탄생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정 회장은 부회장 시절인 2015년 급성장하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현대차가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고급차 시장에 진출해 브랜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출범을 공식 선언하면서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많지만 우리도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다"면서 "인간 중심의 진보란 신념에 따라 고객만 바라보고 걷겠다"고 말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미국에서 6만917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브랜드 출범 이후 약 5년간은 판매량이 1만~2만대 선에 머물렀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GV80·70 등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모델이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웃도어와 함께 프리미엄 선호도가 높은 미국 소비자 마음을 적극 공략한 덕분이다. 제네시스는 올해(1~6월) 수출 물량 3만9358대에 국내에서 6만7724대를 판매해 단일 브랜드로는 처음 상반기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
 
정 회장은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한 노력도 적극적이다. 상용차 분야에서는 수소를, 승용 분야에서는 전기차를 집중 공략 중이다. 특히 미국에서 현대차그룹은 6조3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건립 중이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가 프로젝트'가 올 4분기부터 가동되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유입 효과와 함께 수익성이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흥 시장에서 클린 모빌리티 선도
 
현대차그룹은 인도를 제2의 성장거점으로 삼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인도 자동차시장 규모는 연간 500만대로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판매량 중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는 글로벌 수출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에 처음 진출한 후 2007년 100만대 판매를 처음 돌파한 후 2017년 500만대 판매를 거쳐 지난해 누적 824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기아 역시 2019년 첫 판매 후 SUV 경쟁력을 필두로 단기간에 연간 20만대를 판매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15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전기차 라인업 확대 △전동화 생태계 조성 △SUV 리더십 강화 등을 통해 현지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우선 인도 마하라슈트라주에 위치한 푸네(Pune) 공장 생산능력을 연간 20만대 이상으로 늘린다. 지난해 GM에서 인수한 이 공장은 현재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 설비를 반영한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연간 5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도 본격화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 첫 현지 생산 전기차를 선보인 후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 전기차 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기아도 2025년부터 현지에 최적화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한다. 정 회장은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되는 2030년까지 인도 시장에서 클린 모빌리티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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