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의 돌파구를 저가 수출에서 찾는 중국의 공세로 인해 국내 철강업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내수수요 감소,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올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하락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이 글로벌 철강시장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면서 제강사나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익성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8일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량은 5300만t(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가 증가했다. 연간 총 수출 예상량은 1억1000만t으로 2015년 역대 최고치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올해 철강생산량 감소 계획을 내놨음에도 수출량이 증가한 원인은 극심한 내수부진의 해법을 수출에서 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양당 후보가 중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제재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관세에 가장 민감한 품목 중 하나인 철강제품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국내 수입된 중국산 철강제품의 거래가격은 운임, 관세 등을 포함해 t당 563달러(약 77만5000원) 수준이다. 같은 달 포스코의 열연 가격은 전월 대비 1만5000원 하락한 t당 80만5000원에 거래됐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관세 등의 영향으로 크지 않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열연가격은 t당 60만원대 후반으로 국내산 제품과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의 철강제품 저가공세는 6월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내 247개 제철소의 6월 수익률은 15.15%로 전월(27.71%)과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즉 가격을 낮추고 수출량을 늘리면 수익률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이 기간 중국의 수출액은 달러 기준 전년 대비 8.6% 증가하면서 시장예상치를 크게 상회했다. 중국 내 공장가동률, 철강제품 가격 인하 등을 고려하면 중국의 저가공세는 하반기 더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같은 시황은 국내 제품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철강업계 수익률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2월 포스코 열연가격은 t당 87만7000원으로 올해 고점을 찍었으나 중국산 저가공세와 함께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는 중이다. 건설,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철강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제품 수입은 늘고 있어 내수시장을 내어주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92만2000t으로 지난해 연간 수입량인 179만t의 절반을 넘어섰다.
일본제철(Nippon Steel)은 중국산 저가공세로 인해 올해 회계연도의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900억엔(약 8485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수준의 영업이익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538억원으로 전년 대비 80.8%가 감소했다. 액수로는 상반기에만 약 6400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포스코그룹 철강부문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836억원으로 태풍 힌남노 복구로 1분기 생산량이 적었던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해서도 38.48%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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