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제품 저가공세가 글로벌 철강시장 디플레이션을 유발, 관련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내 제강사들의 미국 수출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현지 공장 수익률 저하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주력 수출 철강제품도 지난해부터 고품질로 전환되면서 강판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예상된다.
◆韓 제강사 美 수출 비상...기울어진 운동장에 덤핑 공세까지
8일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5월 열연강판의 수출량은 1200만t을 기록했다. 지난해 총 수출량인 2000만t의 절반을 이미 넘어서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의 철강제품 전체 수출량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주력으로 하는 열연은 저품질이 아닌 컬러강판이나 자동차 강판 등 용도에 사용되는 고품질로 국내 제품과 품질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5년 중국의 철강제품 수출이 정점에 달했을 시점 주력 수출품은 건설용 강봉이었다. 한해에만 3000만t이 넘는 강봉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에는 수출량이 600만t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철강제픔 고급화 전략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에서는 크게 앞선다. 중국산 열연의 항구 선적기준 가격은 t당 69만원 수준으로 포스코의 열연 가격인 80만원보다 약 11만원이 저렴하다.
고품질 열연은 동국제강, 세아제강, 동부제철 등 국내 제강사들이 강판, 강관 등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하는 원자재다. 국내에서 열연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은 고로를 가진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사실상 전부며, 제강사들은 이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아시아향(向)이나 내수향 강판, 강관의 경우 국내 기업도 중국산 열연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 생산단가 상승 등의 이유로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올해 4월까지 15개월 연속 중국산 열연 수입 비중이 86%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값싼 중국산 열연이 글로벌 철강제품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국내 제강사에 한정해 막대한 수익성 저하 원인이 된다.
한국은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의 특별시장상황(PMS) 조치에 따라 미국 수출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한국이 중국산 철강의 우회경로라는 것이 이유다. 기업마다 부과되는 관세비율은 상이하지만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하고 100% 국산 철강으로 제품을 만들 경우 1% 후반대의 반덤핑 관세가 붙는다. 반면 중국산 철강이 포함될 경우 최대 20%가 넘는 반덤핑관세 부과도 가능하다.
동국제강과 세아제강은 매출 중 각각 20%, 30% 수준을 미국 수출에 의지하고 있는데 강판과 강관 글로벌 가격은 중국의 저가공세로 내려간 반면 포스코, 현대제철의 열연 가격은 8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 수출 수익성 저하가 발생하게 된다.
제강사의 어려움은 열연 가격 결정권자인 포스코, 현대제철의 추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나아가 철강제품 최대 수요자인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철강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완성차 시장도 위협...현대차그룹 美 공장 가격경쟁력 어쩌나
같은 이유로 현대차그룹도 위기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철강제품 수입물량을 매년 정하는 쿼터제로 제한하고 있는데,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 중 절반가량은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 미국 공장에 납품하는 자동차용 강판이다.
차량 모델마다 상이하지만 평균 차량 가격의 20% 정도가 강판가격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제철의 열연 유통가는 포스코와 같은 80만원 수준으로 중국산과 비교해 약 23% 비싸다. 여기에 미국 수출에 대한 관세까지 부과되면 현대차그룹이 체감하는 강관 가격 부담은 더욱 큰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산 저가공세가 현대차그룹의 상대적 생산비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경쟁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제강업계 관계자는 “상반기는 내수부진의 영향이 컸지만 하반기에는 중국산 저가 공세 영향이 재무제표에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더욱이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철강 관세율 인상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시장교란으로 주요시장의 수출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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