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23·울산광역시체육회)이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쟁쟁한 강호들을 물리치고 당당하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유진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위)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으며 우승했다.
김유진이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할머니의 공이 컸다. 김유진은 어린 시절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김유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태권도를 배울 것을 권유했다.
태권도에 재미를 붙인 김유진은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김유진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6년 버너비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한국체대에 입학한 2019년에는 나폴리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에는 베이루트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하며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유진은 올림픽 무대에도 도전했다. 다만 김유진이 올림픽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 5위 안에 들어야 하는데 세계태권도연맹이 대회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김유진의 랭킹은 24위였다.
다행히도 대한태권도협회가 1장의 추가 티켓을 딸 수 있는 대륙별 선발전에 나설 종목으로 여자 57㎏급을 선택하면서 김유진에게 기회가 왔다. 국내 선발전과 아시아 선발전에서 결승에 오른 김유진은 상위 2명만 얻을 수 있는 출전권을 따냈다.
김유진은 매서운 기세로 정상을 향해 전진했다. 김유진은 첫판인 16강전에서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 랭킹 5위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라운드 점수 2-0(7-5 7-2)으로 완파했다.
8강전에서 스카일러 박(캐나다·4위)에 이어 준결승전에서 체급 1위인 중국의 뤼쭝스를 라운드 점수 2-1(7-0 1-7 10-3)로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김유진은 올림픽 무대에 서기까지 훈련 과정을 돌아보며 "관두고 싶을 정도로 정말 힘들게 훈련했다. 그런 훈련 덕에 계속 이긴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운동했던 게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걸 생각하면 여기서 지면 정말 안 될 것 같아서 악착같이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할머니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는 약속을 하고 파리로 향한 김유진은 그의 정신력 하나로 세계적인 선수들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한국 태권도는 전날 남자 58㎏급 박태준(경희대)의 우승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2008 베이징 대회 임수정 이후 16년 만에 나온 여자 57㎏급 금메달이다.
우리나라는 여자 57㎏급에서 2000 시드니(정재은), 2004 아테네(장지원)에 이어 임수정까지 3연속으로 이 체급 금메달리스트가 배출됐으나 이후로는 메달을 수확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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