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찾은 '2024 한복상점'은 ‘힙(hip)’ 그 자체였다. 100여개 참가 업체가 선보인 다채로운 한복은 물론이고, 각자 스타일의 한복으로 개성을 드러낸 방문객들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순백의 고운 한복에 부채를 든 지극히 전통적인 옷차림부터 티셔츠에 한복 치마를 믹스매치하거나,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갓을 쓰는 등 한복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와, 한복도 저렇게 입을 수 있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은 오는 12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ART HALL)에서 한복상점을 연다.
국내 유일 한복 박람회라는 명성답게 전시 첫날부터 많은 인파가 몰렸다. 방문객들은 한복 박람회는 ‘축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방에서까지 숙소를 잡고 방문할 정도로, 한복 마니아들에겐 놓칠 수 없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진은영씨(44)는 “한복을 직접 입어보고 살 기회는 드물다"며 "한복상점은 새로운 브랜드와 다양한 디자인을 접할 수 있어 좋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그 치마 어디서 샀어요?”라는 질문이 오고가는 등 정보 교환도 활발히 이뤄졌다.
흥미롭게도 한복상점의 주요 방문층은 MZ세대였다. 이들은 “한복은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방식”이라며 티셔츠와 한복 바지, 셔츠와 한복 치마를 조합하는 등 독특한 조합을 통해 색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평소 생활한복을 즐겨 입는 김민경씨(29)는 “한복은 재미 그 자체”라며 “어느 순간 한복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한복 문양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은 10세 초등학생은 “한복이 왜 좋냐”는 질문에, “그냥 멋지니까”라고 답했다.
해외에서도 한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뉴진스 등 케이팝 스타들이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면서, 해외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것이다. 한복상점 참가 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결혼식뿐만 아니라 졸업식 같은 중요한 자리를 위해 한복을 주문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드레스는 식상하다’며 한복을 찾는 해외 고객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한복의 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위기도 있다. 한복을 입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크리에이터 이영현씨(조선여자모나)는 “한복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면서도 저고리 없이 원피스처럼 한복을 입으면 비난을 받는 등 한복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용호성 문체부 제1차관은 "한복을 입는 것이 전통을 넘어서서 가장 힙하고 트렌디한 것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복상점에서는 한복패션쇼, 한복디자인 공모전 수상작 등 다양한 전시도 마련됐다. 전통과 미래를 잇는 한복의 진화를 주제로 패션쇼 ‘시간의 궤적: 한복’ 등이 진행되며, 한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한복 체험 문화 교육 부스도 있다. 체험관에서는 모시 빗자루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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