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심의 중고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신축 당시보다 3배가 넘는 가격에 중고 아파트가 거래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와 오사카 등의 아파트 가격은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하면 아직 저렴한 편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도심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부동산 조사회사 도쿄칸테이는 수도권과 간사이 지역 등을 대상으로 지은 지 10년 정도 된 중고 아파트의 평균 희망 분양가를 전철역별로 조사해 신축 시점의 분양가와 비교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도쿄 메트로 롯폰기 잇쵸메역(미나토구) 주변은 신축 분양가 대비 3.69배, 히가시이케부쿠로역(도시마구)은 3.04배, 신오차노미즈역(지요다구)은 3.03배로 3개 지역에서 3배를 넘어섰다.
롯폰기 잇쵸메역 주변에서는 2014년에 준공된 '그랑스위트 아자부다이 힐탑타워'가 현재 2억6831만엔(약 25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분양 당시 평균 가격은 1억267만엔(약 9억5600만원)이었다. 아파트 맞은편에 상업시설 '아자부다이 힐스'가 개업하면서 편의성이 한층 향상돼 자산 가치가 높아졌다.
히가시이케부쿠로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2015년 준공된 '브리리아 타워 이케부쿠로'다. 분양 당시 평균 가격은 7917만엔(약 7억4000만원)이었으나 현재는 3억8702만엔(약 3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케부쿠로역 주변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간선도로 정비도 계획 중이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중고 아파트는 대부분 2013년에 시작된 일본은행(BOJ)의 '이(異)차원 완화' 전후에 건설된 것들이다. 당시에는 동일본대지진 발생의 영향도 있어 지가가 낮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BOJ의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좋은 입지를 노린 개발업자들이 잇따라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도심 아파트 등을 중개 및 판매하는 부동산 회사 하우징재팬은 2024년 들어 지난해에 비해 거래가 20~30% 늘었다고 전했다. 하시모토 미츠오(橋本光央) 대표이사는 "세계적으로도 저렴하고 치안도 좋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기 때문에 소유를 고려하는 아시아권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이후 나타난 엔화 약세 추세도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원래 일본 아파트는 홍콩, 뉴욕, 런던 등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지만 올해 들어 한때 달러당 160엔대까지 진행된 엔저로 인해 해외 투자자들이 더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엔 환율은 달러당 145엔 내외로 돌아갔지만 연초 이후 여전히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일본 국내 실수요층에 더해 해외 자금도 도심의 아파트로 몰리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중개회사 FJ리얼티의 후지타 쇼고(藤田祥吾) 사장은 "시장이 활황이라 투자자들은 좋은 물건이 나오면 바로 사고 싶다는 목소리가 많고, 물건을 산 후 바로 파는 전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입지가 좋은 중고 아파트의 가격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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