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3개월이 돼 가지만 금융기관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참여율은 저조하다. 기업가치 제고 노력은 미진한 가운데 최근 미국 증시의 재채기에도 한국 증시는 발작을 일으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한국 증시의 허약한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해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11일 한국거래소 KIND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곳은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6곳이다. 금융권을 제외하면 콜마홀딩스 1개사만 공시했다.
관련 공시 16건 가운데 10건은 제고 계획을 예고한 안내 공시다. 예고 공시에 이어 제고 계획을 공시한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면 공시를 낸 곳은 총 14곳에 그친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곳은 대부분 금융기관인 이유는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놀이만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주주환원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의 스타트를 끊은 금융업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에 대해서는 각각 A+, A-, A0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올해 4분기 중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예정이다.
문제는 밸류업의 중심에 서야 할 일반 기업들이다. 예고 공시를 포함해도 공시를 낸 일반 기업은 컴투스, KT&G, 콜마비앤에이치, HK이노엔, 콜마홀딩스, DB하이텍 등 6곳에 그친다. 거래소가 지난 5월 27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지 석 달이 다 돼 가지만 상장사들의 공시 참여율은 현저히 낮다.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예정된 밸류업 프로그램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당장 오는 9월에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하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나올 예정이다.
이어 4분기 중 이 지수와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다. 내년 5월 밸류업 우수 법인 선정도 예정돼 있다. 거래소는 내년부터 매년 5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기업 10곳을 선정해 표창하기로 했다. 상장사들의 참여율이 낮다면 우수 법인 선정에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증시의 약한 기초체력이 최근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올 들어 커플링(동조화) 경향을 보인 뉴욕 증시가 1%대로 하락하자 국내 증시는 사상 최대 낙폭을 보이며 파랗게 질렸다.
지난 5일 코스피는 역대 최대 하락 폭인 234.64포인트(8.77%) 폭락했다. 하락률로는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닥도 11% 넘게 하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는 하루 만에 시가총액 235조원이 증발했다.
패닉셀 양상은 진정됐지만 폭락의 여진 속에서 증시는 본격적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 공포와 수급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미국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졌다.
시장은 불안정하지만 자사주 소각에 나선 기업과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의 주가는 즉각 상승세로 반응하고 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호실적과 주주환원(밸류업) 업종은 주식시장 반등 국면에서 수익률이 높다"며 "기업별 주주환원 확대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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