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큐텐 대표의 티몬·위메프(티메프) 합병 묘수가 ‘꼼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업 정상화를 통해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의사결정은 ‘독점’하고 손실은 떠넘기는 신규 법인 설립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11일 큐텐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라는 명칭의 신규 법인 설립을 법원에 신청하고 1차로 설립자본금 9억9999만9900원을 출자한다. KCCW를 기반으로 큐텐의 아시아 시장과 '위시'가 가진 미국·유럽 시장, 샵클루즈의 인도 시장까지 아우르는 글로벌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KCCW에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의사결정은 ‘독점’하고 손실은 떠넘기는 신규 법인 설립 계획
구 대표가 신규 법인 설립자본금을 ‘10억원-100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상법상 자본금이 10억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가 갖는 특례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주식회사 설립 시의 특례, 주주총회에 관한 특례, 이사 및 이사회에 관한 특례, 감사에 관한 특례, 의사록 공증에서의 특례 등이 있다.
큐텐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해 관계자의 동의를 받아 티몬과 위메프의 보유지분을 100% 감자하고 자신의 큐텐 지분 38% 전부를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KCCW가 큐텐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이른바 지주회사가 된다. 특히 판매자의 미정산 채권을 전환사채(CB)화해서 주식으로 나눠주겠다는 계획이다. 반드시 갚아야 할 빚(채권)이, 갚지 않아도 문제없는 빚(주식)으로 둔갑한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38% 지분만으로 소규모 회사 특례를 이용해 의사결정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채권마저도 주식으로 전환해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상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통한 신규 법인 설립이 피해자 구제와 국내 이커머스 시장 불신 극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 타당성 검증, 상환전환우선주 도입고려 필수
문제 해결 방안으로는 먼저, 주주로 참여할 판매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을 합법적 절차를 거쳐 이사회 임원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갚지 않아도 문제없는 빚으로 둔갑한 ‘주식’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방안으로 상환전환우선주 도입이 있다. 상환우선주는 상환을 전제로 발행되기 때문에 채권처럼 만기가 있다. 반면, 전환우선주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해 주식 성격을 갖는다. 특히 상환에 대한 권리를 회사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채가 아닌 회사의 자본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따라서 상환전환우선주는 투자자에게는 채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이익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는 기업수요에 맞는 재무구조개선을 할 수 있다.
티몬과 위메프는 신규 투자 유치 계획, 인수·합병(M&A) 추진, 구조조정 등의 방안이 담긴 자구안을 오는 12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판매자 일부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린의 최효종 변호사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을 조기에 종료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구계획안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면 시간을 끌기보다 곧바로 회생 절차를 개시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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