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삼천피' 전망이 무색해진 가운데 제시한 코스피 등락 범위(밴드) 역시 폭이 넓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전망치 하단이 이미 깨졌고 하단과 상단이 500포인트 이상 차이나 20%에 달하는 증시 변동성을 전망하고 있는 셈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 상반기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밴드는 2300~3200이다. 대신증권은 2620~3200을 제시해 상단이 가장 높았고 DB금융투자는 2300~2950을 전망하면서 2300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밖에 증권사들은 대체로 2500~3000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사들의 이 같은 예측은 8월 들어 3거래일 만에 깨졌다. 지난 5일 코스피가 장 중 2386까지 밀려나면서다. 증권사들의 예상 밴드 하단을 크게 벗어났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상단과 하단의 폭은 최소 330포인트에서 최대 650포인트까지 벌어져 있다. 평균 504포인트다. 500포인트 이상 상승하기 위해선 주가가 20% 넘게 올라야 한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DB금융투자가 650포인트로 가장 넓었다. 이어 NH투자증권이 600포인트, 대신증권이 580포인트, 삼성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한화투자증권이 500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코스피는 하반기 들어 장 중 2896까지 올랐다. 현재까지 코스피 상단과 하단은 509포인트가량 차이가 난다. 증시가 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한 이달 들어서야 상단과 하단의 폭이 500포인트 넘게 확대됐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의 적정 수준을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해 정한 다음 변동성을 가정해 상단과 하단을 정한다. 증권사들은 인공지능(AI) 반도체 호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우호적인 외국인 수급, 수출 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 개선 등 낙관론을 상단 3000포인트에 담았다. 반면 최근 급락세를 고려해 하단 역시 최저 2300선을 제시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시기마다 코스피 예상 밴드를 내놓고 투자자들은 참고 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증권사 예측이 빗나간데다 지수 예상 등락 밴드가 지나치게 넓어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밴드가 아닌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는 미국 대표 주가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연말 목표 수준을 5900으로 제시했다. 이밖에 투자자문사 에버코어 ISI는 6000, 골드만삭스·UBS·BMO 캐피털 마켓은 5600으로 연말 목표치를 내놨다.
국내 증권사 중 신영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목표치는 2950포인트라고 밝히면서 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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