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주택 '횡포'에 전국 10여곳 동시 집단소송 "추가분담금 없다더니 사기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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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4-08-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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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약금‧잔금만 내라"→"추가 중도금 내야"

  • 70년대 도입했지만 현실 안맞아 서민 피해

  • 탈퇴도 어려워 거주지 옮겨 '자격' 버리기도

  •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돼야" YK 전국 소송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아주로앤피] #. 노모 A씨는 지역생활 직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분양 홍보 게시물을 보고 무주택자인 아들에게 집을 마련해주고 싶어 분양사무소를 방문했다. 분양 담당자는 "계약금 3500만원을 납부하고 나면 중도금 없이 잔금만 납입하면 된다"며 A씨에게 지역주택조합 가입 및 계약 체결을 유도했다. 계약금을 모두 납입한 A씨는 이후 중도금을 납입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조합에서 A씨 등 조합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조합원 신용대출을 진행하게 됐다"며 추가 분담금 5000만원을 요구했다.
 
전국 각지에 지역주택조합(지주택) 관련 사기·횡령 등 문제가 빗발치면서 지역주택조합이 '먹튀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대형 로펌이 나서 동시다발적으로 조합원 집단소송에 돌입한다. 지주택 관련 집단소송을 여러 곳에서 한꺼번에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아주로앤피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법인 YK 주사무소 및 분사무소 10여곳에서 각 지역주택조합 조합원들을 대리해 조합을 상대로 조합 가입 계약을 취소하고 계약금으로 납입한 돈을 전액 돌려달라는 집단소송(다수당사자소송)을 추진 중이다. 다수당사자소송은 여러 명의 원고가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형태를 말한다.
 
지주택은 같은 시나 도에 거주하는 주민이 주택이나 아파트 등을 건설하기 위해 설립하는 조합이다. 조합원들이 사업 시행 주체가 돼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를 확보하고 시행사를 선정해 아파트를 지어 올리는 방식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 또는 소형주택 세대주의 주택마련을 통한 주거안정을 위해, 이름은 바뀌어왔지만 1970년대 처음 도입됐다. 무주택 또는 주거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 1채 소유자에게만 조합원 자격이 주어진다. 사업구역 규모 및 추진비용이 상대적으로 작아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이 개발 및 분양하는 주택에 비해 분양가가 저렴하다. 도심에 빈 땅이 많아 토지 확보가 쉽던 예전엔 ‘반값 내집마련’에 용이한 수단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지역주택조합은 이를 둘러싼 각종 비리와 추가 분담금 요구 등으로 '서민들을 위한 아파트'라는 최초 도입 취지는 잃은 지 오래다. 지역주택조합을 두고 '원수에게나 권하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대표적으로 조합원 탈퇴 및 납입분담금 반환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에게 계약 체결을 유도하고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는 조합의 행태가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A씨의 사례처럼 분양 상담사가 "계약금만 지급하면 중도금 내지 않고 잔금만 납입하면 끝"이라고 홍보하는 식이다. 추가 분담금이 전혀 없다는 광고로 조합원을 모은 뒤, 조합은 조합원들에게 개인 명의로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납부하라고 하면서 신용대출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에게는 연체이자 10%를 부과하겠다며 사실상 신용대출 실행을 강요하고 있다.

사전에 안내받지 못한 추가 분담금으로 부담을 느낀 조합원이 조합을 탈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조합원으로 가입 후 30일 이내는 자유롭게 탈퇴가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조합 약관에서 탈퇴를 어렵게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조합원이 탈퇴를 원할 경우 분담금은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조합원 입장에서는 실제 분담금이 얼마가 어디서 쓰였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결국 조합에 분담금을 떼이고 돌려 받는 금액은 처음 납입한 계약금의 10분의1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추가 분담금 부담이 하도 심해 일부 조합원은 첫 투자금 수천 만원을 사실상 포기하더라도 조합을 탈퇴하려는 시도를 할 정도다. 탈퇴 자체가 쉽지 않은 탓에 일부는 조합원 자격 즉 ‘같은 지역 거주’란 조건을 깨뜨려 탈퇴하는 방식까지 쓴다.
 
이런 식으로는 피해가 극심해, 돈을 상당액 돌려받으면서 탈퇴를 원하는 조합원들은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민법 제110조 제1항은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추가 분담금이 없다는 광고로 조합원들을 기망했다는 주장이다. 이마저도 법원이 ‘상호 계약’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조합원이 패소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잘 알아보고 가입했어야지, 큰 수익을 노릴 땐 언제고 지금 와서 계약이 사기라고 주장하면 되느냐”는 방향의 판결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법원의 기류도 바뀌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그 특성상 일용직 근로자, 무주택자 등 서민들이 조합원으로 많이 몰리는데 이들을 상대로 한 조합·분양 대행사 등의 사기 행각이 극에 달하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계약 취소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던 법원이 최근에는 조합원 손을 들어주는 등 판결의 기류가 변하면서, 조합을 상대로 계약금을 전액 돌려달라는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올초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서울에만 총 118개의 조합이 있고 지주택 총회 의결도 없이 자금 차입 방식 등을 결정하거나 사업 실적, 조합 관련 서류 작성·변경에 대한 조합원 공개 의무를 지키지 않은 지주택이 82곳에 달했다.
 
현행 주택법에는 주택조합이 조합원 모집 신고 수리일부터 2년이 되는 날까지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하거나 조합설립인가일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 ‘사업계획 승인’을 받지 못하면 총회를 거쳐 해산(사업 종결)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누가 봐도 더 이상 추진하기 곤란한 사업이라도 총회가 ‘사업 지속’을 결정하면 계속 비용이 지출돼 조합원 피해가 불어난다는 뜻이다. 물론 모든 지역주택조합이 사기 범죄를 목적으로 삼진 않지만 토지 확보 난항과 건축비 상승 등으로 상당수 지주택이 서민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는 “장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지주택을 지자체 직권으로 해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같은 제도 도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장준용 법무법인 YK 고양지사장은 "분양 과정에서 분담금 등에 대한 기망이 있었다고 주장해도 과거에는 법원이 '계약 당사자가 잘 알아보고 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다'는 입장이었다면 최근에는 지역주택조합이 워낙 문제가 되니 법원도 '기망에 의한 계약 취소' 주장을 받아들여 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며 "전국에 있는 YK 지사를 활용해 각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서민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소송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전문미디어 아주로앤피의 기사를 직접 보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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