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칼럼] 티메프 사태, 유통정책 튜닝 기회로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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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입력 2024-08-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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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티몬·위메프 사태를 보면서 정부의 유통에 대한 규제 일변의 정책 기조가 실패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소비자 보호 및 유통사의 갑질로부터 납품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통업체들에 대해 다양한 규제를 해왔다. 그러나 금번 사태로 인한 소비자 및 입점업체의 피해는 막지 못했다. 이는 규제의 사각지대가 존재했다는 반증이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 가능했다. 위메프와 티몬의 최신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인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이 불확실하다는 의견을 냈으며, 두 기업은 상당한 규모의 자본 잠식 상태였다. 유통사들, 특히 온라인 유통사들은 금융사들처럼 소비자, 판매업체, 물류업체 등 다양한 당사자들의 채권·채무 관계가 얽혀 있어 유통사가 지급불능에 빠지면 그 파급효과가 클 뿐만 아니라 경제 시스템 전반에 전이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가 유통업체들의 지급 및 정산구조와 산업 연관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다면 과연 티몬·위메프 사태가 발생하도록 방관했을지 의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사실상 금융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금융업은 본래 타인이 예치한 자금으로 사업을 영위할 뿐만 아니라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유동성 위기 발생 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바로 그 이유로 금융사들은 강한 규제를 받는다. 티몬·위메프처럼 상품 판매 중개업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상품 판매를 중개해 주고 판매자가 받아야 할 상품대금을 대신 수취한 다음 수수료 등을 제외한 후 정산을 해준다. 중간에서 채권 채무 관계를 청산해 주는 중개업자에게 유동성 문제가 발생해서 정산을 하지 못하면 돈을 지불한 소비자가 물건을 받지 못하거나 상품을 공급한 판매자는 상품대금을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온라인 쇼핑몰과 유사하게 소비자와 협력업체 중간에서 정산을 하는 회사들은 다양하게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백화점과 홈쇼핑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 주면서 판매 대금을 일시 보관한 후 정산해 주는 구조이다. 온라인 배달 플랫폼들도 소비자로부터 돈을 받아 음식점 및 라이더들에게 정산을 해주는 구조다. 이들 모두 일종의 금융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번 사태에서 드러난 또 다른 사각지대는 티몬이 발행하거나 판매한 온라인 상품권이었다. 유통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사들은 고객들의 락인(Lock-In·록인)을 유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 모두 선불카드, 모바일 캐시, 모바일 상품권, 기프티콘 등을 마케팅용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 온라인 상품권들은 사실상 금융상품과 매우 유사하며 티몬은 상품권을 단기 회사채처럼 발행하고 유통하여 부족한 유동성을 돌려막았다.

머지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작년에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되어 9월 1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법률이 적용되었어도 지금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티몬도 법에서 정한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 최소 자본금 요건 등을 갖추고 등록을 하여 정부 감독 영역에 있었다. 또한, 개정된 법의 요건에 맞게 티몬이 발행한 티몬캐시에 대해 지급보증보험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티몬, 위메프 모두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PG업 등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번 미정산 사태를 야기했다.

법에서 정한 PG업 등록 요건은 최소 자본금 10억에 부채비율 200%인데, 한 달에 수천억에서 수조원의 정산을 하기에 요건이 적절한지는 의문이 든다. 부채비율 산정에 있어 미정산액 등 단기 유동 채무는 부채비율에서 빠지므로 해당 요건을 맞추는 것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또한, PG업 감독은 지급결제 시스템이 보안 및 안전성 위주여서 유동성 부족에 따른 미정산 문제는 감독 사각지대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백화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대금 정산을 하므로 PG업 등록을 하거나 등록된 PG업자에게 정산 업무를 대행시키라고 하는데, 등록된 PG업체들의 규모와 자본건전성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사들보다도 훨씬 취약한데 이들에게 매월 수조원의 거래대금을 정산하도록 맡기는 것이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는 금번 사태로 드러난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업계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업태별 정산 구조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업의 유동성 위기 시 경제적으로 어떤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는지 충분한 이해를 통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예방책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을 비롯한 유통사들의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위메프의 경우 1년에 한 번만 공시해 왔고, 티몬은 2023년 재무제표 공시를 아직도 안 하고 있다. 현재 많은 온라인 유통사를 사모펀드들이 소유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거래규모가 일정액 이상인 경우 분기별 공시가 더 바람직할 듯하다. 그리고 거래액에 비해 자본건전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PG사 운영의 경우 별도의 PG사 운영 요건을 정비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문제가 된 온라인 중개기업의 정산주기 이슈는 업태와 사업모델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서 적정 주기를 가져가도록 유도하고, 더 이상 정산자금 유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부 규정과 공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통업체들의 지급불능 발생 시 국민 세금으로 피해 구제를 하지 않도록 온라인 중개업체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 튜닝 정책들을 위한 새로운 입법은 또다시 온라인 유통사들을 옥죄는 규제법이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기존의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활용해 필요한 조항을 추가∙개선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간 유통업은 눈부신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동안 쿠팡이 유통의 신흥 강자로 등장하고 온라인 쇼핑몰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또한 최근에는 C-커머스까지 가세하여 경쟁이 치열하다. C-커머스의 가세는 중하위권 온라인 쇼핑몰들의 경영난 악화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거기다 최근 금리가 올라가고 스타트업 투자 거품이 걷히면서 경쟁에 밀린 온·오프라인 유통사들은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더군다나 금번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소비자와 판매자들은 우량 유통사들로 쏠릴 것이고 그 결과 상당수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유동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이제 온라인 유통업계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된 듯하다. 제2, 제3의 티몬·위메프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PF위기를 관리한 것처럼 경쟁에서 도태되는 유통업체들로 인하여 경제 전반의 피해가 커지지 않고 유통업계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정부 내 유통 규제 거버넌스를 돌아봐야 한다. 유통산업에 대한 주무부처는 사실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산업부, 공정위, 중소벤처부, 과기정통부, 방통위, 금융위 등이 어느 정도 유통산업과 접점이 있다. 이 많은 부처들은 각자의 정책 목표만을 위해 골목상권 보호, 소상공인 보호, 중소기업 판로지원, 납품업체 보호 등을 명목으로 유통업체들의 희생만 강요해 왔다. 그 결과 상당수 유통업체들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되었다. 예를 들어 최근 데이터홈쇼핑 채널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는 자칫 기존 홈쇼핑사들의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송출수수료를 증가시켜 전체 홈쇼핑시장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유통시장 전체를 보지 못하고 중소기업 판로확대라는 한가지 정책 목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유통산업 발전과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선 정부 내에 유통 전반을 균형감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관장할 컨트롤 타워를 수립해야 한다.

물론, 정부의 유통산업 정책이 규제 일변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도한 규제는 기업가 정신을 꺾어 혁신의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최소한의 규제는 하되 유통사의 수익성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특히 현실적으로 우리의 규제 테두리 밖에 있는 C-커머스를 고려할 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우리 유통사들의 경쟁력만 더 약화시킬 수 있다. 국경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정부는 유통생태계의 중심인 유통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놓기 바란다.




정연승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 △단국대 경영대학원장 (교수) △한국경영학회 수석부회장 △전 한국유통학회 회장 △전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   △전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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