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화천군과 화천군의회, 그리고 지역사회가 정부의 일방적 화천댐 용수 반도체 산업단지 공급 결정에 “일방적 희생 강요 무책임한 정책 결정 즉각 중단하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화천군과 화천군의회는 13일 오전 10시 화천댐 인근 간동면 구만리 파로호 선착장 전망대에서 화천댐 피해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문순 군수와 류희상 군의장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낭독하며 이 같은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최 군수와 류 의장은 “반도체 산업발전은 누구나 바라지만, 댐 소재지 주민 의견 수렴도 없이, 화천댐으로 인한 상처가 그대로 방치되는 현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용수 사용을 결정한 것에 대해 강력히 명확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차라리 화천지역에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산업단지에 대규모 용수와 전력이 필요한 만큼, 화천발전소와 10억톤의 화천댐 용수가 있는 화천군이 최적지라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 극심한 주민 반대가 예상되는 송전 선로 역시 신규 설치할 요인이 적어 막대한 국가 예산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특히 화천군은 필요할 경우 수백만 평에 달하는 군유지도 제공할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이들은 “화천댐으로 빚어진 피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즉시 시행하라”고 주장했다.
강원대 산학협력단 조사 결과, 휴전 이후인 1954년부터 2022년까지 3조2655억원, 연평균으로는 480억원의 직·간접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와 대등한 수준의 피해 지원을 요청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최 군수와 류 의장은 성명에서 “정부와 수자원 관리 주체들은 화천댐 용수로 이득을 보는 특정 지역이나 기업을 위해 화천군민들의 피해가 언제까지 지속돼야 하는지, 무조건 피해를 보는 것이 합당한지 답변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서 낭독에 이어 군번영회, 군사회단체협의회, 군새마을회, 군여성단체협의회, 군재향군인회, 군노인회, 군사회복지협의회 등 40여개 사회단체 회원 50여명은 강력한 반대의 의지를 천명했다.
단체들은 군민을 무시한 정책 결정에 화천댐 피해 보상과 지역 여론 수렴 등 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플래카드와 피켓을 동원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이들은 “언제까지 희생하나 화천군민은 국민도 아니냐”, “일방적 희생 강요 무책임한 정책 결정 즉각 중단하라”, “화천댐을 철거하라”는 등 분노를 남김없이 쏟아냈다.
이화원 군노인회장은 “더 이상 화천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주장했으며 류희상 군의장은 “화천댐으로 인해 연간 수백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민들로부터 ‘차라리 화천댐을 없애라’는 성토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필연적 현상”이라고 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접경지인 화천군은 수십 년간 국가안보를 위해 온갖 규제를 감내하고 희생해온 곳이며, 최근 국방개혁에 따른 군부대 해체로 그나마 남아있던 서비스업 기반까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천군민들 역시 국가를 위한 의무를 다하는 이 나라의 국민인 만큼, 기울어진 운동장의 낮은 쪽 가장자리에서 언제 끝날지 모를 불안한 삶을 이어갈 이유는 없다”며 “군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와 화천댐 관리 주체들의 답변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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